
직장인 10명 중 8명 가까이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2~11일 전국 성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77.9%가 ‘올해 정부와 국회가 노동시간 단축 및 연장근로 상한 설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여성(81.9%), 30대(83.3%), 일반사원급(81.3%)에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장시간 노동을 정당화하는 포괄임금제를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연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78.1%에 달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e메일로 접수된 장시간 노동 관련 상담 사례가 135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계약된 근로시간 내에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업무를 부여한 뒤 연장 근로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거나 관리자가 ‘연장근로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노동자를 압박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포괄임금계약을 맺어 야근수당을 주지 않고 야근을 강요하는 사례도 많았다.
장시간 노동이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는 2021년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심혈관질환 질병부담 연구’에서 주 55시간 이상 근무 시 허혈성 심장질환은 17%, 뇌졸중은 35% 증가한다고 밝혔다.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포럼에서 발표된 연구 ‘근로시간 단축이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주 40시간 근무제가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체의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보니 종사자 1인당 연간 실질 부가가치 산출을 약 1.5% 향상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간 단축이 효율성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가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들이 6개월간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제도 특례를 시행한 데 대해 비판했다. 김도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를 통한 노동시간 연장은 새로운 기준이 될 위험이 크며 이는 전체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고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포괄임금제를 전면 금지하는 등 연장근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