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올바른 직불금 신청, 한해 농사의 첫걸음

2025-04-16

농산물 수급 및 가격 안정 해외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유럽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스위스의 젊은 농장주에게 농산물 가격 등락에 따른 경영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답은 “친환경농가로서 매년 10만유로 상당의 직불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건강한 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하고 있다”였다.

주요 선진국들은 농민의 소득 안정을 위한 지원 제도로 다양한 직접지불제를 발전시켜 왔다. 우리나라도 2020년 벼농사 중심의 직불제를 공익직불제로 확대 개편해 시행 중이다. 동시에 농민이 준수해야 할 생태보전 의무와 실경작 원칙도 강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4년 기준 993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중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인구는 116만1000명에 달한다.

농촌에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이 해마다 늘어남에도 직불금을 신청하는 농가는 그만큼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불편한 현실이다. 지난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에서 장기요양 1·2등급 판정을 받은 지역 내 농민 745명을 대상으로 직불금 신청자격을 검증한 결과 78.3%가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직불금 신청요건인 농업경영체 등록이 여러 정책사업, 조합원 가입 등에 요구되는 농민 자격의 입증 자료와 연계돼 있어서다. 정서적인 요인도 있다. 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여겨 왔기에 본인이 직접 농사지을 수 없는 상황이 와도 선뜻 내려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부조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책지원 대상의 차등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직불제와 같이 영농활동과 직접 연계된 사업에 대해서는 실경작자 지급 원칙을 유지하되 농업인 건강보험료, 농민 수당과 같은 복지성 사업은 굳이 실경작자에게만 지원할 이유는 없다. 또 고령농민이 자연스럽게 은퇴할 수 있도록 들녘별경영체와 같은 마을 단위 공동 경작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직접 경작이 어려우면 농지를 부락 경영체에 출자하고 실경작하는 법인이 직불금을 수령해 배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한해 농사가 시작된다. 우리 지원도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부적합 직불금 신청 차단과 현장 이행 점검으로 바빠질 것이다. 직불금 감액을 최소화하려는 우리의 노력과 농민의 올바른 직불금 신청이 더이상 가격 걱정 없이 안심하고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농촌을 앞당길 것으로 확신한다.

서준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장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