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로봇 전용 배터리 '결실'

2025-02-25

삼성SDI와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로봇 전용 배터리에서도 손을 잡으면서 양사의 '배터리 공조'가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을 본격화하게 된 배경으로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간의 '배터리 회동'을 꼽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현대차·기아는 전날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현대차 의왕연구소에서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배터리 형태를 제한된 공간에 최적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켜 출력과 사용 시간을 대폭 늘린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 이번 협력의 핵심이다.

양사는 2020년 이 회장과 정 회장 간 단독 회동 이후 배터리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2020년 5월 정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은 차량용 배터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개발·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이 회장(당시 부회장)과 차세대 배터리 사업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삼성과 현대차그룹 총수가 사업 목적으로 만난 것은 처음인 데다, 정 회장이 이전까지 삼성 사업장을 방문한 사례도 없어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정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경영진은 이 회장의 안내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본 뒤 차세대 핵심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두 달 뒤인 같은 해 7월에는 이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기술 메카인 남양연구소를 '답방'해 정 회장으로부터 차세대 친환경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다각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후 삼성SDI와 현대차는 배터리 관련 기술 교류와 선행과제 수행 등을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고, 2021년 전기차 배터리 협력에 돌입했다. 이는 2023년 10월 첫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이어졌다.

계약에 따라 삼성SDI는 오는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탑재될 P6(6세대 각형 배터리)를 헝가리 생산법인에서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두 총수 간 회동 이후 삼성과 현대차는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모빌리티 전반에서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삼성전자가 현대차의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공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2021년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에 삼성전자가 출시한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가 들어간 카메라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의 디지털 사이드미러에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한 데 이어 제네시스에 들어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취임 2주년인 지난해 10월 2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찾아 정 회장,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을 나란히 만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번 로봇 배터리 공동 개발 협력은 양사 모두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로봇 분야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로봇 사업의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사내 로보틱스랩을 설립한 데 이어 정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로 2021년 세계적인 로봇 전문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체 개발한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를 처음 출시하기도 했다.

로봇과 이차전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방산 등과 함께 정부가 국가미래를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정한 '6대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포함돼 있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332억달러를 기록했고 2026년에는 741억달러(약 10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양사는 로봇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공동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와 현대차가 로봇,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기술력을 강화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산업팀 press@jeon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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