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 8㎝ 패키지 포장도 척척…AI로 자율성 갖춘 '로보틱스' [스타트업 스트리트]

2025-03-12

12일 국내 대표 로보틱스 전시회인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5’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장 C홀. 가로, 세로 2㎝ 성냥갑 보다 작은 크기의 화장품 패키지가 로봇의 그리퍼(사람의 손가락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장비)에 흡착돼 들어 올려져 포장지에 담겼다. 이러한 정교한 작업을 하는 로봇 옆에는 또 다른 로봇이 택배 상자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 로봇은 일곱 가지 각기 다른 크기의 상자를 비전 센서로 순식간에 측정한 뒤 상장 정중앙에 정확하게 그리퍼를 위치 시켜 안전하게 상자를 들어 올려 지게차가 운반할 수 있게 성인 남성 키 높이로 상자를 쌓았다.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로봇 솔루션 기업 씨메스(CMES)의 피스 피킹(낱개 들어올리기) 솔루션 시연에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 고 로봇의 정교한 작업에 시선을 고정 시켰다. 씨메스 관계자는 “이전에는 로봇이 공간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던 투명 고체 영역까지 AI 비전을 활용해 정확히 들어 올릴 수 있다”며 “쿠팡 등 주요 고객사와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AW2025에서는 국내 로보틱스 산업이 협동 로봇의 범용화와 이를 실질적으로 서비스 할 수 있는 AI 솔루션 결합이 본격적으로 시너지를 내는 단계까지 도달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단일 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데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이 이용됐다면 이제는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다양한 품종을 원하는 만큼 맞춤 생산할 수 있도록 로봇에 AI 가이던스가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서준호 한국로봇산업협회 본부장은 “정교한 로봇을 제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봇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시스템화하고 서비스화하는 부분이 국내에서 주목 받고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안전에 대한 의식과 맞물려 기존 산업 현장에 머물러 있던 로봇들이 일상의 서비스 현장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 보니 협동 로봇의 영역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협동 로봇은 음료를 제조하거나 치킨을 튀기는 데 그치지 않고 더 깊숙이 일상의 서비스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고성엔지니어링이 선보인 이동식 협동 로봇 ‘모마(MOMA)’는 작업자를 보조 하는 역할을 넘어 단독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인터넷이 없는 상황에서도 AI 기반 운영 모델을 내장해 외부 네트워크가 차단된 상태에서도 음성 인식과 자율적 판단을 통해 명령을 수행하는 게 가능하다. 또한 자율적인 이동이 가능한 휠체어인 스마트체어를 통해 사람을 최적의 동선으로 이동시키는가 하면 음성으로 치료 부위와 시간만 설정하면 AI 비전을 활용해 환자에게 부위별로 맞춤형 온열치료를 제공하는 로봇도 선보였다.

로봇이 실제 공간의 정보를 인식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로봇이 원하는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는 방식도 활성화 되고 있다. 실제 이번 전시회에는 기존에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이던 무인 운반차(AGV)가 자율 이동 로봇(AMR)으로 진화하는 부분이 핵심적으로 다뤄졌다. 이날 전시장 입구에서 많은 주목을 끌었던 유진로봇의 ‘고카트’는 1500킬로그램까지 물건을 적재한 채 장애물의 성격에 상관없이 회피하면서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박성익 유진로봇 전무는 “물류 로봇과 협동 로봇의 조합을 통해 작업자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까지 로봇이 인식할 수 있도록 피지컬 AI에 가깝게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의 도입으로 한쪽 방향으로 끊김 없이 작업이 진행되던 컨베이어 벨트의 시대도 끝이 나고 있다. 국내 협업형 모바일 로봇 업체인 미르(MiR)는 중국 제조사인 골리텍 오토메이션의 자동화시스템과 결합해 한쪽 방향으로 흐르는 컨베이어벨트가 아닌 양방향으로 흐르고 언제든지 맞춤형 공정이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준영 미르 대표는 “지금은 SK온, 삼성 SDI등 배터리 업체에서 주로 쓰지만 앞으로는 디스플레이, 화장품, 자동차까지 확장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체를 막론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는 크게 눈에 띄는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전시회를 참관한 중국 비재규어 컨설팅의 코니 후 대표는 “중국은 휴머노이드 분야에 굉장히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있고 베이징에서는 연구, 상하이에서는 개발, 광동에서는 제조 등 생태계를 완성하고 있다”며 “휴머노이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생태계 확보와 민관을 막론하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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