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2배 늘어…6월 17조502억원
보호 한도 상향發 예보료 인상 '촉각'
돈 쌓였는데…금융사 부담 전가할라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의 손실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사들로부터 받아 쌓아 둔 돈이 17조원을 넘어섰다. 누적된 기금이 상당한만큼,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예금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합의에 따라 예금자보호 한도는 24년만에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소비자로선 반가운 일이지만, 보호 한도가 오른 만큼 금융사가 납부하는 예금보험료도 오를 수 있다. 예보에 지급해야 할 예보료가 늘어나면 금융사는 이같은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17일 예보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예보 기금 잔액은 총 17조502억원이다. 약 10년 전인 2014년 말보다는 95.6%(8조3332억원) 늘었다.
예보는 금융사가 경영 부실로 고객 예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예보 기금으로 예금을 지급한다. 예보 기금은 예금자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마련된 '안전판'인 셈이다. 예보는 금융사로부터 일정 요율의 보험료(예금보험료)를 납입 받아 기금을 적립하고 운영해 왔다. 예비 자금인만큼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이나 유동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보 기금 잔액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6년 10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8년째 꾸준히 규모가 커져 올해 17조원대로 확대됐다.
예보는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종합금융사, 저축은행 등 5개 권역에 해당하는 금융사의 예금을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장해왔는데 그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된다. 문제가 되는 대목은 예금자 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예보료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험 한도가 높아졌으니 금융사가 내야 하는 보험료도 높아져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예보료는 예금 잔액에 예보료율을 곱해 책정된다. 현재 예보료율 상한은 0.5%이지만, 업권별로 한도를 달리 정하는 시행령에 따라 은행 0.08%, 증권·보험 0.15%, 저축은행 0.4%가 적용되고 있다.
보험료가 올라가면 비용 부담을 느낀 금융사가 대출 상품에 이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율이 상향하면 비용측면에서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보험료를 원가에 반영해 대출금리가 올라가거나, 예금 이자를 줄이는 등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직 한도 인상에 따른 업권별 예보료율 변경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대규모 예보 기금과 추가로 계속 납입될 보험료 등을 감안해 요율 논의가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도를 올리되 실행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등 우려가 있어 조만간 국회와 보호 한도 상향 시기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