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사이에서 최근 빠르게 퍼지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중 합성니코틴 제품에 대해 정부가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정했다. 합성니코틴은 현행법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담뱃세를 비롯해 온라인판매 제한 등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이 높다는 최종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기획재정부 역시 용역 결과에 따라 규제 필요성에 동의했다. 현재 관련 법안이 여러 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합성니코틴 원액에서 발암성·생식독성 유해물질이 상당수 확인됐다. 유해물질 69종의 잔류량을 분석한 결과 합성니코틴 원액에서는 41개 항목 2만3902㎎/ℓ가 검출됐다. 천연니코틴 원액에서 45개 항목 1만2509㎎/ℓ가 검출된 것과 비교하면 총량은 합성니코틴이 더 많은 셈이다.
세부 물질별로는 알칼로이드의 경우 합성니코틴 원액에서 잔류량이 더 많았다. 담배특이니트로스아민(TSNAs)은 합성니코틴에서도 검출됐고 이 가운데 특히 발암성 NNN과 NNK 전구체는 높은 농도로 존재했다. 총 24종의 유기용매 잔류량은 합성니코틴이 천연니코틴보다 1.4배 높았고 플라스틱 제조 시 첨가제로 쓰이는 프탈레이트 9종의 경우 합성니코틴 잔류량인 11배나 높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자담배에서 나온 유해성분들이 합성니코틴 원액에서 유래했다는 점이 처음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복지부는 보고서에서 “미국·영국·캐나다 등 외국처럼 합성니코틴도 연초 니코틴과 동일하게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동일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담배 업계에서는 합성니코틴 원액이 정제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주장해 왔으나, 보고서는 이에 대해 “순수물질이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기재부 역시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규제 필요성에 동의했다. 기재부는 용역 결과와 더불어 외국 사례도 고려하면 합성니코틴을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해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최근 국회 기재위에 전했다. 복지부는 이미 청소년 등 비흡연자의 흡연 예방 측면에서 담배의 정의에 니코틴을 포함하도록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회에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일본, 콜롬비아를 제외한 35개국에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에 준해 규제하고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정의를 ‘연초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 등은 담배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다. 담뱃세와 각종 부담금 의무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경고문구 표시, 광고 제한, 온라인판매 제한 등 규제 대상도 아니며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이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액상형 전자담배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BAT로스만스는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 싱크 5000’을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내놓기도 했다. 회사 측은 담배사업법상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 범위에 포함하지 않는 점을 출시 배경 중 하나로 설명한 바 있다.
현재 국회 기재위에 올라간 합성니코틴 관련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10건이다. 박성훈·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담배의 원료 범위를 ‘연초 및 니코틴’으로 넓혔다. 정부가 합성니코틴도 ‘담배’로 보는 쪽으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국회에서 논의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