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누구를 위한 AI 기본법인가” 반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산업 진흥법이라더니... 기존 방향과 차이 있어”
양측, “법안에 대한 토론·숙의 필요”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최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AI 기본법’의 규제 수준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산업계 양측의 입장이 갈렸다. 다만, 양측 모두 해당 법안을 정부가 더욱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지난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정보인권연구소·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성명서 ‘누구를 위한 AI 기본법인가’를 발표했다. AI 기본법이 산업 진흥에만 치우친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는 “통과된 AI 기본법은 AI 산업 육성에 치우쳐 있고,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데 미흡하다”며 “금지AI 규정이 빠졌고, 고영향 AI 사업자의 책무 불이행에 대한 벌칙 조항은 시정조치 이후 과태료 부과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윤리적 AI를 규정하는 조항인 ‘금지AI’ 규정은 이번 심사 법안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위험기반 규제 도입을 위해 ‘고영향 AI’에 대한 사업자 책임이 포함됐으나, 시민단체는 책무 불이행 자체를 처벌하지 않고 사후 시정명령·과태료를 부과하는 조치만으로는 고영향 AI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산업계는 AI 기본법에 오히려 산업 저해를 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고영향 AI에 대한 내용이 불명확하고 규제 범위가 넓어진 것으로 판단돼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AI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산업 전반에 적용될 텐데 AI 기본법이 제정되면 기존 규제받고 있던 사항과 중첩돼 이중규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기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하에 있는 의료기기에 AI 기술이 탑재될 경우, 과기부 장관 하의 규제도 받게 되기 때문에 이중규제가 된다”며 “과기부에서 사실·실태조사를 통해 시정명령·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을 고려했을 때, 기존 과기부가 산업 진흥법이라고 얘기한 것과 법안 방향이 다소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I 기본법의 규제 수준에 대해 입장이 갈린 것과는 다르게 양측 모두 정부가 법안을 졸속 처리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았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AI 기본법이 고작 두 번의 회의 만에 소위를 통과하게 되는 동안 다양한 쟁점에 대해 충분한 토론을 거쳤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AI 기술이 전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에 대비하기 위해 ‘기본법’을 만든다면 예측과 방지를 위한 충분한 숙고와 이해관계자들의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AI 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 국회가 AI 기본법 관련 공청회를 열었을 때는 법안이 6개에 불과했는데, 불과 2개월 사이 법안이 19개로 늘었다”며 “법안 수만 고려해도 내용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공청회를 진행했다는 이유로 업계 전반의 기본이 되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숙의 없이 졸속 처리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병합 심사·통과된 19개의 AI 관련 법안은 조만간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과방위 관계자는 “AI 기본법은 과방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며 “19개의 법안 모두를 반영해 대안을 작성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안을 중심으로 AI 기본법 병합 수정안이 나올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슬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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