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화재 현장을 찾았다. 647개 정부 시스템이 중단된 지 2주 만의 첫 방문이다. 이 대통령은 사고 원인이 된 배터리를 모아 둔 냉각 침수조와 불에 탄 5층 전산실 등을 둘러본 뒤 “국가 전산 자원의 중요도는 국방에 비견할 만하다”며 신속한 복구와 확고한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휴가 중에도 현장을 찾은 것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충격적인 국정자원 화재 사고는 복구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전산망 복구를 담당하던 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까지 발생했다. 대통령 부부가 화재 발생 직후에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국민 정서와 거리가 있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셧다운된 시스템 수를 당초 647개에서 709개로 뒤늦게 정정하고, 전소된 시스템 전부를 대구센터로 옮기겠다고 했다가 일부는 다시 대전센터로 변경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더딘 복구 속도가 우려스럽다. 정부는 2일 열흘 내 주요 시스템을 복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날까지 1등급 시스템 40개 가운데 30개만 정상화됐다. 전체 복구율도 30.6%에 그쳤다. 추석 연휴 뒤 일상으로 복귀하는 다음 주부터 엄청난 국민 불편이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는 완전 복구까지 최소 1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역대 정부들이 시스템 관리와 투자에 소홀했던 데 있다. 하지만 복구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 부족과 대통령실의 안일한 태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을 다하지 못한 탓에 2주가 넘도록 시스템의 절반도 정상화하지 못한 책임은 무겁다. 대통령실과 당정은 국가 행정 시스템이 마비된 것은 국방이 뚫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복구와 재발 방지책 마련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 국가 행정 시스템을 보다 완벽하게 재정비한다는 차원에서 야당이 제안한 ‘국정자원 화재 국정조사’를 과감하게 수용해 사고 원인 규명과 복구 지연 사유 등을 꼼꼼히 되짚어보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