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의 거센 추격에 ‘코드 레드(중대 경보)’까지 발령했던 오픈AI가 새 인공지능(AI) 모델인 ‘GPT-5.2’를 선보이며 반격에 나섰다. 오픈AI는 나아가 월트디즈니의 200여 개 캐릭터를 자사 플랫폼 인공지능(AI) 동영상·이미지 제작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3년짜리 라이선스 계약까지 체결했다. 올 3월 ‘GPT-4o’ 모델에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화풍을 모방한 이미지 생성 기능을 적용해 열풍을 이끌어냈던 전략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구글도 이에 질세라 제미나이의 심층 연구용 에이전트를 내놓으며 오픈AI와의 경쟁에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문제는 오픈AI와 구글의 AI 모델 성능 경쟁에도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오라클과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불안한 실적에 월가의 기대치는 차갑게 식었다는 점이다. 투자 지출은 막대한 데 비해 단기 수익은 예상치를 밑돌면서 당분간 AI 관련주에 대한 이른바 ‘거품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허용한 엔비디아의 ‘H200’ 반도체 수입을 거부하고 있는 점도 악재다.
‘코드 레드’ 오픈AI, ‘GPT-5.2’로 또 승부수…구글도 ‘심층모델’ 맞불

오픈AI는 지난 11일(현지 시간) 기존 즉답(Instant), 사고(Thinking) 모드에 ‘프로(Pro) 모드’를 더한 GPT-5.2 모델 시리즈를 유료 구독자용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오픈AI는 프로 모드가 긴 작업 시간이 필요한 어려운 질문에 적합한 도구이며 전문적인 지식 업무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오픈AI는 특히 GPT-5.2가 AI 성능 측정 과정에서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GPT-5.2 사고 모드와 프로 모드는 법률·회계·의료·금융 등 44개 전문 직종의 업무 수행 능력을 따지는 GDPval 평가에서 각각 70.9%, 74.1%의 점수를 기록했다. 최고의 실무 능력을 보유한 인간을 100%로 봤을 때 중상위권 전문가들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뜻이다. 이전 버전인 GPT-5 사고 모드의 평가 점수가 38.8%였던 점을 감안하면 거의 두 배 높은 성적을 거뒀다. GPT-5.2는 또 소프트웨어 공학 능력을 평가하는 SWE 벤치마크(성능 평가)에서도 80.0%를 기록해 ‘제미나이 3.0 프로(76.2%)’보다 앞섰다. 코딩 능력이 뛰어난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5(80.9%)와도 동등한 수준이 됐다.
‘인류의 마지막 시험’이라고도 불리는 박사급 추론 능력 측정 벤치마크 HLE에서도 ‘제미나이 3.0’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였다. 검색 등의 도구를 사용해 진행한 평가에서 GPT-5.2 프로 모드(50.0%)가 제미나이 3.0 프로(45.8%)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구글도 같은 날 제미나이 3.0 프로의 ‘심층 연구’ 에이전트를 선보이며 맞불을 놓았다. 구글은 이번 새 에이전트가 ‘심층검색QA’ 벤치마크 도구로 측정한 결과에서 66.1%의 점수를 받아 최고 성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또 HLE 벤치마크에서도 심층 연구 에이전트가 46.4%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2022년 11월 이후 챗GPT가 독주하던 AI 챗봇 모델 시장은 지난달 구글이 자체 텐서처리장치(TPU)를 활용한 제미나이 3.0를 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로 전환했다. 오픈AI가 구글 제미나이 모델이 나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챗GPT의 새 버전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구글이 GPT-5.2 출시 당일 굳이 새 에이전트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오픈AI는 당초 GPT-5.2를 이달 말께 내놓으려 했지만 제미나이 3.0 프로가 강력한 벤치마크 성적표를 앞세워 이용자를 쓸어담는 모습을 보고 출시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제미나이3 프로 출시 직후 사내에 ‘중대 경보(코드레드)’를 발령하고 내년 1월 또 다른 새 모델을 선보인 뒤에야 이를 해제하겠다고 예고했다.
디즈니 캐릭터까지 3년 간 사용…‘무료 포토샵’ 기능도 장착

구글 제미나이를 따돌리겠다는 오픈AI의 승부수는 GPT-5.2 성능 개선에 그치지 않았다. 오픈AI는 같은 날 월트디즈니 200여 개 캐릭터를 동영상 생성 플랫폼 ‘소라’와 챗GPT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3년 기간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소라와 챗GPT에서는 디즈니, 마블, 픽사 스튜디오 작품과 스타워즈 시리즈 등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AI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들이 창작물에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미키마우스, 미니마우스를 비롯해 ‘인어공주’의 아리엘, 신데렐라, ‘라이온 킹’의 심바와 무파사, ‘겨울왕국’ ‘인사이드 아웃’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 스토리’ ‘주토피아’ ‘캡틴 아메리카’ ‘블랙 팬서’ ‘데드풀’ 등의 캐릭터들이다. 소라와 챗GPT는 내년 초부터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영상과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한다. 이번 계약에 배우들의 초상권이나 음성 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픈AI가 월트디즈니와 이 같은 계약을 맺은 것은 올 3월 지브리 캐릭터 모방 기능으로 챗GPT 사용자 수를 대폭 늘렸던 전략을 되풀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오픈AI는 지난 3월 25일 GPT-4o 모델에 새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출시하면서 사용자들이 AI로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독려했다. 특히 같은 달 26일 올트먼 CEO가 X(옛 트위터)에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꾼 이미지를 올린 것이 대유행의 기폭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자신이나 가족의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에 올리는 일이 크게 인기를 얻었다. 오픈AI는 당시만 해도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와 저작권과 관련한 정식 계약을 맺지는 않았다.
디즈니는 또 11일 오픈AI에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도 하기로 했다. 나아가 추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주식매수권도 부여받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계약은 헐리우드 대형 스튜디오가 AI 모델 개발사를 상대로 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분 투자다.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가 지난 몇 달간 디즈니뿐 아니라 컴캐스트 산하 유니버설 픽처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등 헐리우드 주요 스튜디오들과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다른 곳들은 지식재산권 문제, 노동조합 반발 등으로 사업 제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달 10일에는 이미지 편집 도구 포토샵의 제조사 어도비가 자사 소프트웨어를 챗GPT 대화창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격 개방하기도 했다. 구글의 이미지 편집 AI 도구 ‘나노 바나나’ 시리즈를 견제하고자 오픈AI와 어도비가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다. 어도비는 포토샵과 PDF 문서 도구 애크로뱃, 디자인 도구 어도비 익스프레스 등 소프트웨어 3종을 챗GPT 대화창에서 직접 구동할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하기로 했다. 챗GPT 이용자들은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유료 구독을 하지 않고도 대화창에서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하고도 포토샵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팸 클라크 어도비 부사장은 “어도비의 영향력을 챗GPT의 주간사용자 8억 명 이상으로 확장한다”며 “우리 앱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도비 도구를 직관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년 적자인 ‘거품론’의 주인공…첫 최고매출책임자 영입해 수익화 본격 검토

오픈AI는 여기에 지난 9일 업무용 메신저 ‘슬랙’의 데니스 드레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최고매출책임자(CRO)로 임명하기도 했다. 드레서 CRO에게 오픈AI의 수익 전략을 총괄하게 해 기업 고객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도였다. 최근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구글의 도전을 받자 본격적으로 수익화 사업에 나선 것이다. 드레서 CRO는 세일즈포스에서 14년간 일하며 전 세계 영업조직을 이끈 인물이다. 슬랙과 세일즈포스의 통합을 지휘하기도 했다.
오픈AI가 수익화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이 회사의 재무 압박에 대해 월가의 의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력한 현금 창출원(캐시 카우)을 갖춘 구글까지 제미나이를 앞세워 시장을 양분하면서 오픈AI는 어느덧 AI 거품론을 상징하는 회사가 돼 버렸다. 사실 거품론을 가장 먼저 띠운 주범은 지난 8월 기자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15초 동안 ‘거품’이란 표현을 세 차례나 반복하면서 “이미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경고한 올트먼 CEO 본인이기도 하다.
오픈AI는 기업 가치만 5000억 달러(약 730조 원)에 달할 뿐 지금까지 매년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와 반도체 구매 등으로 적어도 2030년까지는 적자 늪을 벗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검색엔진, 클라우드 등 안정적인 수입원을 갖춘 경쟁사 구글이 비해 명백히 불리한 지점이다. 지난달 5일에는 새러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막대한 칩 구매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를 설명하면서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을 총괄한다는 이유로 ‘AI 차르(러시아 황제)’로 불리는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같은 달 6일 X에 “AI에 대한 연방정부의 구제 금융(bailout)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고, 월가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월가는 앞서 엔비디아가 9월 22일 오픈AI와 손잡고 최대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투자해 10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계획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금을 지원하면 오픈AI가 거기서 얻은 수익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구입하는 구조라서 사실상 ‘닷컴버블(인터넷 산업 거품)’ 시기 통신 장비 업체들이 활용한 순환출자 구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닷컴버블은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이 민간에 빠르게 보급되자 관련 주식에 막대한 자금이 몰렸던 시대를 말한다.
이달 10일 오후에는 챗GPT가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약 46분 간 오류를 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로그인, 대화, 검색, 파일 업로드, 심층연구 등의 기능에 갑자기 오류가 늘었으나, 오픈AI는 그 원인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뉴욕 증시는 오라클에 이어 ‘브로드컴 쇼크’…중국은 엔비디아 칩 수입 거부

오픈AI와 구글 간 치열한 서비스 개선 경쟁에도 AI에 대한 월가의 우려는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 10일 장 마감 후 발표된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 오라클의 2026 회계연도 2분기(9~11월) 실적으로 한 차례 충격을 받은 기술주들은 11일 브로드컴(2025 회계연도 4분기)의 실적에 한 번 더 충격을 받고 더 가파르게 급락했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장 마감 후 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앞으로 여섯 분기에 걸쳐 출하될 AI 제품 수주 잔고가 730억 달러라고 밝혔다. 탄 CEO는 애써 “최소치”라고 다독였으나 월가 투자자들의 눈높이에는 한참 모자란 수치였다. 탄 CEO는 4분기에 AI 챗봇 모델 ‘클로드’의 개발사 앤스로픽에서 110억 달러(약 16조 2000억 원)어치를 수주했다면서도 AI 제품 판매로 인해 전체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 CEO는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이 AI 외 매출보다 총수익이 작다”며 내년 전망치를 두고 “움직이는 과녁”이라고 비유했다. 탄 CEO는 심지어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6 회계연도 AI 매출 전망치 발표도 보류했다.
브로드컴은 엔비디아의 경쟁사이자 구글 TPU의 핵심 개발 협력사다. TPU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저렴한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맞춤형 AI 반도체(ASIC)다. 브로드컴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등이 제미나이 3.0의 성능을 보고 TPU 구매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그간 시장의 최대 기대주 취급을 받았다. 이 회사는 1991년 설립돼 1998년 나스닥에 상장한 네트워크용 시스템 반도체 분양의 강자다. 2015년 싱가포르의 통신 반도체 회사인 아바고에 인수됐다.
브로드컴 실적으로 AI가 돈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면서 12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7%, 나스닥종합지수는 1.69%씩 주저앉았다. 브로드컴은 11.43%나 급락했고 엔비디아(-3.27%), 마이크로소프트(-1.02%), 아마존(-1.78%), 구글 모회사 알파벳(-1.01%), 메타(-1.30%), 팰런티어(-2.12%) 등 관련주가 줄줄이 하락했다. 10일 2분기 자본지출이 1분기 85억 달러보다 35억 달러나 급증한 약 12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가 10일 증시에 타격을 준 오라클 역시 11일 10.83%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4.47% 더 떨어졌다.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 심리는 중국의 엔비디아 칩 ‘H200’ 수입 거부 소식에도 악영향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 H200을 수출할 수 있게 허가를 냈음에도 기술 자립을 꾀하는 중국이 되레 이를 거부한다는 소식이었다. 색스 위원장은 12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의 칩을 거부하고 있다”며 “그들은 자국에서 개발된 반도체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H200은 미국이 기존에 중국 수출을 허용했던 ‘H20’보다는 성능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최첨단 칩인 ‘블랙웰’보다는 사양이 낮은 제품이다.
오픈AI와 구글의 혁신 경쟁에도 당분간 AI의 수익성에 대한 논란은 월가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경쟁에 따른 시장 양분 효과도 투자의 변수다. AI에 대한 막대한 지출과 부채, 미래 수익을 월가가 어떻게 계산하는가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한국의 AI 생태계 기업들의 주가와 실적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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