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잘못 밟는 급발진 사고…해결사로 주목받는 '이 장치'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2025-11-19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제일시장에서 60대 후반의 운전자가 몰던 1t 트럭이 시장 안으로 돌진해 4명이 숨지는 등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운전자는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이 확보한 블랙박스에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고 하는데요. 페달을 오인해 생긴 안타까운 인명사고로 판명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또 18일 낮에는 인천 부평구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70대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출구를 빠져나온 뒤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길을 가던 30대 엄마와 2살 여아가 중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는데요.

이처럼 차량이 갑자기 급가속하며 보행자나 상점 등에 돌진하는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추정되는 차량 돌진사고도 적지 않은데요.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2521명) 중 노인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가 761명으로 전체의 30.2%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체 운전면허 발급 건수에서 노인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약 14%)의 2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또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 2019~2024년까지 페달 오조작 사고를 분석한 결과, 노인 운전자가 전체 사고의 25.7%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소식도 있는데요.

하지만 노인 운전자로 인한 사망사고나 페달 오조작 사고가 잦다고 해서 무조건 운전에 제한을 두기도 어렵습니다. 같은 노인이라도 상황 판단력과 인지능력, 반사 신경 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노인 운전자에 대한 적성검사 강화와 함께 사고를 줄여 줄 안전장치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 경찰청·손해보험협회 등과 손잡고 시범사업 중인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도 같은 맥락인데요.

국내 업체가 개발해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기존 차량에 추가로 부착하는 방식입니다. 가격은 대당 40만원가량이지만 시범사업에선 무료로 보급 중입니다.

주요 기능은 첫째 정차 또는 시속 15㎞ 이하로 주행 시 빠르고 강하게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급가속을 억제해주는 겁니다. 둘째는 엔진회전수(RPM)가 4000 이상으로 갑자기 치솟을 때 과속을 제한해주는 기능인데요.

공단의 김혜빈 선임연구원은 “시속 15㎞ 이하 주행 때 가속 페달을 80% 이상 강도로 밟는다든지 RPM이 4000 이상 치솟는 등 일정 기준을 넘는 상황이 되면 해당 장치가 작동해 급가속을 막아주게 된다”고 소개합니다.

또 급가속 방지 때는 알람소리로 운전자에게 경고도 합니다. 스쿨존이나 노인보호구역 등 미리 내비게이션에 제한속도가 설정된 지역에선 해당 속도 이상 과속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도 추가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김 선임연구원은 또 “가속 페달과 자동차의 ECU(전자제어유닛) 사이에 해당 장치를 연결해서 미리 설정한 기준을 넘는 비정상적인 급가속 신호는 전달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동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되면 정지 또는 서행, 후진 때 페달을 오인해서 가속 페달을 계속해 세게 밟더라도 속도는 거의 올라가지 않게 돼 큰 사고는 방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텐데요.

공단과 경찰청·손해보험협회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충북 영동, 충남 서천, 전북 진안, 전남 영암, 경북 성주 등 고령 운전자 1만명당 사망자 수가 많은 지역에서 차량 200대가량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공단 관계자는 “한 달가량은 장치를 미부착한 상태로 운행하고, 이후 부착 상태에서 다니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해당 데이터는 거의 다 수집해 현재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판단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덕분인지 조만간 대상 차량을 700대로 늘려 2차 시범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국토교통부도 최근 2020년 1월부터 제작·수입되는 신차(승용차, 3.5t 이하 승합·화물·특수차)에 대해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장착을 순차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키로 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차량이 정지한 상태에서 전방 및 후방 1~1.5m 범위 장애물(정지차량, 고정 벽)을 감지할 때 운전자가 급가속으로 페달을 조작하면 출력을 제한하는 성능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는 지난 6월 발표된 국제기준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차량이 전방 및 후방에 근접한 장애물을 감지하고, 스스로 급가속을 막아주는 기능을 갖추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기술보다는 한층 높은 기준이어서 차량 제작사 등에선 이러한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정부 차원에서도 내년부터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사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 같은 첨단 안전운전 보조장치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면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건 물론 운전 제한 연령 등을 놓고 벌어지는 세대갈등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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