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쇼핑의 상암동 복합쇼핑몰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서울시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26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복합쇼핑몰 건설에 실익이 없다고 평가한다.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 복합쇼핑몰의 경쟁력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복합쇼핑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된다. 롯데쇼핑의 최근 재무구조를 감안하면 거액의 자본 투입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과거 대기업의 복합쇼핑몰 건설을 반대한 바 있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된 후 과거의 태도를 유지한다면 복합쇼핑몰 계획 자체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롯데쇼핑은 2013년 서울시로부터 상암동 부지 2만 644㎡(약 6245평)를 1972억 원에 매입했다. 롯데쇼핑은 이곳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착공이 늦어졌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복합쇼핑몰 건설에 앞서 주변 상인들과 상생을 합의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당선되면서 복합쇼핑몰 건설도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복합쇼핑몰 착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은 마포구청과 해당 부지를 2025~2026년 동안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상암동 부지는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026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호 협의 하에 착공 일정은 조정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과거와 달리 롯데쇼핑 상암동 복합쇼핑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유통업계 최근 트렌드가 오프라인 쇼핑이 아닌 온라인 쇼핑이기 때문이다. 상암동에 복합쇼핑몰이 완공되더라도 기대만큼의 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간 것도 온라인 쇼핑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복합쇼핑몰보다 온라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장 롯데쇼핑도 오프라인 쇼핑 부문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쇼핑 백화점 부문 매출은 2023년 3조 3364억 원에서 2024년 3조 3193억 원으로 0.51% 줄었고, 같은 기간 할인점 부문 매출은 5조 7347억 원에서 5조 5765억 원으로 2.76% 감소했다. 복합쇼핑몰 관련 사업은 백화점 부문에 포함된다.
롯데쇼핑의 재무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복합쇼핑몰 건설에는 거액의 돈이 투입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시켰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토지의 가치를 재평가한 것이다. 재평가 이후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82.79%에서 2024년 말 128.98%로 53.81%포인트(p) 감소했다. 그러나 자산 재평가를 진행했다고 보유 현금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3년 말 1조 5897억 원에서 2024년 말 1조 5548억 원으로 2.19% 줄었다. 롯데쇼핑 입장에서 복합쇼핑몰 건설 비용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더구나 롯데쇼핑이 당분간 대규모 수익을 창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롯데쇼핑에 대해 “대규모 오프라인 점포망 운영으로 인건비, 임차료, 지급수수료 등 고정비용 부담이 높으며 온라인 구매 수요 이전과 소비패턴 변화, 유통산업 각 업태별 경쟁 강도 심화 등으로 집객력이 저하되면서 주요 사업 부문의 수익 기반이 과거 대비 약화된 모습”이라며 “유통 시장 경쟁력 회복을 위한 투자부담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가시적인 재무 부담 감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이유로 롯데쇼핑이 의도적으로 복합쇼핑몰 건설을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하지만 복합쇼핑몰 계획을 전면 철회하기도 어렵다. 롯데쇼핑으로서는 이미 부지를 매입한 이상 사용처를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주차장으로만 사용할 수 없는 노릇이다.
롯데쇼핑 상암동 복합쇼핑몰에는 대선이라는 변수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과거 복합쇼핑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2017년 2월 당시 대선 경선을 앞두고 “서울시 상암동과 전주시 롯데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하고 앞으로 들어설 예정인 모든 유통 재벌의 복합쇼핑몰 진출을 반대한다”며 “중소상인의 밥그릇을 빼앗고 지역 상권을 초토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최종 당선되면 롯데쇼핑의 복합쇼핑몰 건설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서는 복합쇼핑몰 건설에 대해 구체적인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또 다른 변수는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다. 상암동 복합쇼핑몰은 서울시의 인허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서울시장의 의중이 중요하게 반영된다. 차기 서울시장이 복합쇼핑몰에 반대하면 롯데쇼핑의 당초 계획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은 조만간 상암동 복합쇼핑몰 착공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유통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의 롯데쇼핑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지구단위변경절차가 끝나면 이후 건축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며 2026년 하반기 완료 후 본격 착공 예정”이라며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답변이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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