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이 본사인 글로벌 패션브랜드 올세인츠가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해 국내 패션 대기업을 상대로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는 2014년 직진출했지만, K패션 역량을 활용해 아시아 전역에서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세인츠의 최대 주주인 영국계 사모펀드(PEF) 라이온(Lion) 캐피탈은 국내 주요 패션 대기업을 상대로 2대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 라이온캐피탈은 올세인츠 지분 86%를 확보한 최대 주주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함께 주요 의사 결정을 논의하는 사업 파트너를 찾는 형식이다. 이번 투자유치는 별다른 자문사 없이 라이온캐피탈이 직접 잠재적인 투자자를 만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세인츠는 전략적 기관투자자(LP)를 찾고 있으며,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아시아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가치는 약 4000억 원이 거론되며, 약 1000억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27개국에 261개 매장을 둔 올세인츠는 2014년 한국을 포함해 2016년 대만과 카타르, 두바이 등 아시아와 중동에도 매장을 확장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중국에 매장을 열었다.
영미권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아시아 시장이 약하다는 평가다. 본사가 직진출한 올세인츠코리아 역시 2022년 매출 162억 원에서 2024년 138억 원으로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각각 6억 원과 5억 원에 그쳤다.
투자를 검토한 국내 일부 패션기업 관계자들은 올세인츠가 크게 두 개의 브랜드만 있어 다양한 컨셉의 브랜드로 포트폴리오 경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세인츠 글로벌 전체 실적은 2022년 매출액 6294억 원에서 2024년 8579억 원으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8억 원에서 745억 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에는 도매유통과 라이센스 사업에서 매출이 18.4% 늘고 재고관리를 강화하면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년 만에 18%, 총이익률은 63% 급증했다.
1994년 영국 런던에서 남성복으로 출발한 올세인츠는 이후 여성복으로 확장했으나, 2011년 구조조정 위기에 놓이자 라이온캐피탈이 경영권을 인수했다. 2020년에는 미국 남성복, 향수 브랜드인 존 바바토스를 인수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올세인츠는 국내 패션업계와도 인연이 깊다. 라이온캐피탈은 2012년 버버리와 구찌 출신의 월리엄김을 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월리엄김은 이커머스와 공항 매장 등을 통해 회사 실적을 크게 개선 시켰다. 특히 패션 기업이 아니라 정보통신(IT)기업을 찾아다니며 실시간 물류 시스템과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월리엄김은 이후 라이온캐피탈의 디지털투자책임자를 거쳐 2023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 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올세인츠는 2014년 아시아 첫 매장을 신세계 센텀시티에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