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통상 차르’가 한국에 던진 도전

2024-12-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투자회사 캔터 피츠제럴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을 상무장관에 지명했다. 트럼프 2기의 관세 전쟁 방침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러트닉 지명자가 관세뿐 아니라 무역정책을 함께 책임질 거라 예고한 점이다.

트럼프 1호 내각 인사로 톰 호먼이 국경 관리뿐만 아니라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국경 차르(Czar)’로 임명됐다. 러트닉 임명은 관세뿐만 아니라 각종 무역협상까지 전방위적으로 책임질 ‘통상 차르’의 등장으로도 읽힌다.

러트닉, 거센 관세·무역 전쟁 예고

FTA 넘어선 관세 전략 수립하고

미국에 요구할 것은 당당히 해야

러트닉은 대선 기간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앞장서 지지했다.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더 공정한 협상을 유도하는 ‘전략적 도구’로 관세를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따라서 무역 협상 테이블에서 관세를 활용해 상대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앞으로 거세질 것이다.

트럼프가 러트닉을 상무장관으로 지명한 그 날 존 물레나르 미국 하원 중국 공산당 전략경쟁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무역 공정성 회복법(RTFA)’를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가 철회된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은 전략 상품에 대해 최소 100%의 관세를, 비전략 상품에는 최소 35%의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관련 자문을 담당하는 의회의 초당적 위원회인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USCC)가 발표한 연례보고서에도 중국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 지위를 박탈해 중국 제품에 공격적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에 포화를 집중적으로 퍼붓는 관세전쟁은 중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에도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미국의 통상 전략과 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및 자유무역협정(FTA)의 네트워크 확대와 함께 존재감이 옅어지던 ‘관세의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광범위한 관세 부과 계획,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국과의 공정한 무역 협상 같은 접근법을 강조해왔다. 이를 통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고,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바로잡아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관세뿐 아니라 무역협상까지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쥔 ‘통상 차르’ 임명은 대한민국에 엄중한 도전 과제를 주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무역 환경과 과제는 과거의 해법으로는 풀 수 없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FTA 네트워크 확장을 목표로 관세 철폐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만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관세 부과에 따른 경제적 영향과 대책을 세워야 할 시기다. 역발상으로 더 참신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한·미 FTA 협상은 2006년 6월에 시작해 2007년 4월에 타결됐고, 2012년 3월 발효됐다. 그 후 트럼프 1기 당시 한·미 FTA 재협상에 응했던 경험이 있으니 이런 경험을 잘 살려서 앞으로 어떤 상황 변화에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대응을 위한 소극적 방어 대신 발상의 전환으로 한국이 요구할 사항에 더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다면 한국도 미국에 요구할 수 있다. 이것은 국제무대에서 협상의 기본이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사항 중 어느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나아가 험난한 보호무역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급망 관리 등 우리 산업에 가장 필요한 핵심 요구사항을 발굴하고 이를 신속히 제시해 얻어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트럼프 2기에는 미국이 무역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관세부터 무역정책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권한을 위임받은 통상 차르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내부적 힘을 분산하지 말고 한군데로 결집해 강력한 정책 효과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어느 때보다 통상교섭본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다. 강력한 대응 조직과 역발상을 통한 새로운 통상 전략을 수립하면 아무리 강력한 통상 차르가 등장해도 한국은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주형 변호사·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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