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3년]<2>AI,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2025-11-20

챗GPT 출시 이후 3년,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산업 질서뿐만 아니라 기업의 일하는 방식까지 뒤흔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구글·메타 등 빅테크는 수십조원 규모의 AI·데이터센터 투자와 동시에 조직을 효율화하고 AI를 전사 업무에 내재화하는 'AI 중심 운용체계(AI OS)'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천, 수만 명 단위의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AI를 내부에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기업 중 하나는 구글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알파벳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사내 코드의 거의 절반이 AI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 기반 고객 지원 시스템이 올해 4000만건 넘는 상호작용을 처리하는 등 개발·고객 대응·영업 전반에서 AI 기반 생산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의·문서 등 일상 업무에서도 미트(Meet) 실시간 회의록, 요약·액션아이템 자동 생성 등 AI 자동화가 기본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원격회의 기업으로 급성장했던 줌(Zoom)도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AI 기반 업무 플랫폼 기업으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최근 '컴패니언 3.0'을 통해 회의·문서·컨택센터·이메일 기능을 통합한 AI 업무 환경을 선보이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벨챠미 샨카르링암 줌 프로덕트·엔지니어링 총괄 사장은 “업무와 의사결정이 여러 도구에 흩어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를 AI가 한 흐름으로 묶어 처리하길 원한다”며 “회의 참석, 문서 작성, 고객 응대 등 주요 과정이 AI 주도 자동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의 이러한 인공지능 전환(AX) 흐름은 국내에서도 확인된다. AI 도입이 단순한 비용절감을 넘어 조직 운영 방식 자체를 재편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 렛서는 사내 전 영역에 AX를 적용하면서, 기존에 경영지원·영업·디자인 등 각 부서가 수행하던 반복적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AI 시스템 중심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렛서는 우선 자사 사내 규정·문서를 기반으로 한 SOT(Source of Truth) 챗봇을 구축, 경영지원팀으로 향하던 문의를 자동화했다. 초기에 70% 수준이던 자동화율은 90%를 거쳐 현재 100%에 도달, 경영지원팀이 직접 응대하는 요청 비중이 사실상 '0%'가 됐다.

핵심은 AI 에이전트의 메모리 기능이다. 직원 질의에 대한 답변이 틀릴 경우 AI가 스스로 경영지원팀에 DM을 보내 정답을 확보하고 메모리에 저장한다. 이후 동일한 유형의 문의는 AI가 전량 처리하면서, 슬랙 기반 경영지원 문의가 조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영업 부문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났다. AI는 구성원의 처리 여력·전문성을 분석해 신규 딜을 자동 배정하고, 고객사 특성과 전략, 필요한 자료까지 정리해 태깅한다. 영업 매니저와 담당자 간 중간 조율 과정이 사라지면서 영업 파이프라인 관리 방식 자체가 '사람 기반'에서 'AI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

렛서는 올 연말까지 '중간관리자 없는 조직 모델'을 실험 중이다.

심규현 렛서 대표는 “AI가 메시지를 대신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업무 판단·배정·정정·학습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진화했다”며 “슬랙 소통량이 자연스럽게 급감했고 구성원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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