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대체교통수단, 일관되고 공정한 규제 필요해

2025-01-01

덴마크, 프랑스 등 세계에서 기후 대응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는 국가들의 공통점을 보면 친환경 자전거 도시, 지원금 등 전기자전거 활용을 핵심 골자로 하는 곳이 많다. 이 같은 추세는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등 대기업과 퍼스널모빌리티(PM) 기업들이 '탄소제로' '친환경 교통수단'을 내세우며 전기자전거 사업에 진출했다. 시장은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미 이용자 인식 속에서도 전기자전거는 지속 가능한 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대중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은 전기자전거 활성화 측면에서 타국가와 유사한 추세를 보이지만 배경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덴마크나 프랑스와 같은 유럽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자전거 인프라 구축과 전기자전거 구매 보조금 지급 등으로 친환경 교통 수단을 적극 장려해왔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런 정부 차원 지원보다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새로운 대체교통수단 대비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 전기자전거의 급속 성장 원인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덜한 규제 덕분에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이른바 '캐즘'을 넘어 대중화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 보급되기 시작한 전동킥보드는 전기자전거와 또 다른 양상이다.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동일한 25㎞ 속도 제한을 받고 있으나 규제의 모든 초점은 전동킥보드에 맞춰져 있다. 전기자전거는 안전모 착용에 대한 범칙금이 없고 면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불법 주정차도 10일의 유예 기간이 부여돼 견인에서 사실상 자유롭다. 반면 전동킥보드는 안전모 미착용 범칙금이 부과되고 원동기 장치 자전거 이상의 면허가 필수다. 불법 주정차에 대한 견인도 적극 이뤄지고 있다. 교통 수단마다 상이한 정책은 결국 규제 불균형,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교통 수단에 따라 일관성 없는 규제는 안전에 대한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의적 규제 적용도 이러한 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전동킥보드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나서서 견인 신고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즉각적인 견인을 집행하는 중이다. 전기자전거 역시 도로교통법 상 견인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0조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를 핑계로 견인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규정에 근거해 10일의 유예 기간 부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 취지는 자전거 거치대 등에 방치된 자전거를 처리하기 위한 것임에도 지자체들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다.

탄소 중립은 앞으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자동차를 대체할 새로운 대체교통수단을 발굴하고 활성화해 대중화 시키는 것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더욱 다양해질 교통 수단이 안전하게 공존하고, 지속 가능한 교통 선진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제' 역시 중요하다. 규제의 불균형은 교통 흐름을 해치고 무질서한 도로 환경을 만들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를 위해 그렇다.

새로운 대체교통수단이라는 큰 틀 아래 공정한 규제와 경쟁이 있을 때 비로소 시장은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모두 주요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을 만큼 자연스러운 추세가 되고 있다. 경찰청, 지자체, 국토부 등 관련 기관은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의 안전성, 환경적 영향, 사용자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 잡힌 규제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또 새롭게 등장할 미래의 교통수단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교통 선진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황철규 서울시의원·교육위원회 부위원장 hck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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