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 한 번 택배 받는 시대”…다이소, 왜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잘 나갈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은 완전히 ‘생활’이 됐다. 국민 1인당 평균 3일에 한 번꼴로 택배를 받는 시대다.

유통업계 전반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이 흐름을 거슬러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승승장구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다이소다.
◆‘이사 갈 때 가던 곳’에서 ‘놀러 가는 매장’으로
26일 산업통상자원부 ‘9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반면 온라인 매출은 10.5% 증가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등이 매출 하락에 시달리는 가운데, 연매출 4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다이소는 전체 매출의 80%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다이소는 초창기 ‘이사나 집 청소용품을 사는 곳’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모두가 일부러 들르는 생활형 쇼핑 명소가 됐다.
매장 내 3000여 개의 품목이 진열된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 아닌 생활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살 게 있어서 간 게 아닌 구경하다 보면 장바구니가 채워지는 곳.”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다이소를 ‘개미지옥’이라 부른다.
하나를 사러 갔다가 열 가지를 집어 나오는 경험이 일상이 된 것이다.
최근엔 홈가드닝, 캠핑, 수납, 인테리어 소품 등 여가와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상품군을 대폭 확대하며 ‘생활 전반을 다루는 브랜드’로 변모 중이다.
◆‘대형화 전략’으로 체류형 매장 강화
다이소는 최근 매장 대형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평택, 구리남양주, 강남역 등 대형 상권에 700~80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잇따라 열며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
이 매장들은 단순히 진열대만 넓힌 것이 아닌 테마별 존(zone) 구성을 강화해 ‘방문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캠핑존, 홈데코존, 시즌 테마존 등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중심의 소비 흐름 속에서도 다이소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체험 기반 소비’의 대표 사례”라며 “단순 구매가 아닌 ‘둘러보는 재미’ 자체를 상품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3일에 한 번 택배를 받는 시대임에도 다이소의 매출이 견조한 것은 ‘즉시성(즉각적 구매 충족)’이 여전히 강력한 소비 동기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다이소는 ‘소확행(小確幸)’을 가장 잘 구현한 브랜드다. 합리적 가격, 다양성, 즉흥적 쇼핑의 즐거움을 결합해 현대인의 감성을 정확히 겨냥했다는 평가다.
한 소비자 트렌드 분석가는 “다이소 매장의 핵심은 ‘탐색형 구매’를 유도하는 동선 설계”라며 “소비자가 계획에 없던 제품을 발견하고 만족감을 얻는 ‘랜덤 리워드 구조’가 충성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미지옥’이라는 별명은 역설적으로 다이소의 브랜드 성공을 상징한다”며 “소비자가 시간과 지갑을 잊는 공간, 즉 ‘경험의 플랫폼’이 된 셈”이라고 부연했다.
대형마트는 식품, 백화점은 명품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다이소는 생활 전반의 니즈를 포착했다.
◆‘탐색의 공간’이 된 오프라인…“필요한 물건보다 ‘생활 아이디어’ 얻기 위해 찾아”
홈가드닝, 캠핑, 반려동물 등 변화하는 여가 트렌드에 맞춘 상품 확장이 다이소의 체감 경쟁력을 높였다.
불황기에는 합리적 가격과 실용성이 핵심인데, 다이소는 ‘저가=저품질’이라는 인식을 깨고 가성비와 감성의 균형을 잡았다.

대형화 전략은 다이소가 단순 소매점을 넘어 ‘도심 속 리테일 허브’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머무르고 탐색하는 공간으로 오프라인의 체류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한 라이프 스타일 전문가는 “다이소는 현대인의 생활 감각을 반영한 ‘도시적 생활문화 공간’”이라며 “필요한 물건보다 ‘생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찾는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전했다.
비대면 소비가 일상이 된 지금, 오프라인은 여전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온라인은 ‘필요’를 해결하지만, 오프라인은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다이소의 사례는 유통업계가 잊고 있던 질문을 다시 던진다. “소비자는 물건을 사러 오는가, 경험을 하러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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