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윤석열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가 위신도 추락 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진원지가 된 대통령은 리더십을 잃었다. 국가 기관들은 주도면밀하게 비상시국을 관리해 경제·안보 모두 한 치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윤석열의 ‘계엄 정국’은 한밤중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지만, 경제·외교·문화적 후폭풍은 거세지고 있다. 외환·금융 시장은 흔들렸고, 국가 신인도는 크게 훼손됐다. 비상계엄 발령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1442.0원까지 치솟으며 2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4일 외환시장 개장 이후에도 1400원대를 웃돌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에 개장한 뒤 1.44% 하락한 2464.00으로 장을 마치며 하루 만에 2500선을 내줬다. 기관·개인의 순매수에도 외국인은 대거 순매도했다. 경기 침체와 미국 통상정책 악재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것이다.
K팝과 한류로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던 한국은 졸지에 ‘여행 위험 국가’가 됐다. 영국과 미국은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한국에 여행경보와 주의보를 발령했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조차 한국이 위험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니, 국가적 망신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방한이 연기되며 외교 일정도 차질을 빚었다. CNN·뉴욕타임스·BBC 등 주요 외신들은 연 이틀째 한국 상황을 톱뉴스로 시시각각 보도했다.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민주국가인 한국이 하룻밤 새 요주의관찰국이 된 것이다.
소총·망치 등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유리창 깨고 국회의사당에 난입했지만 최악의 유혈사태는 피했다. 공권력의 두 축인 군과 경찰은 대통령의 위법적·위헌적 지시에 동요해서는 안 된다. 본연의 안보와 치안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군은 북한과의 우발적 충돌 방지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시민들은 질서 있게 민주적 절차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이 불을 댕긴 경제·안보·국격 위기 해소를 위해 비상한 국정 관리 체제를 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