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 한인들은 한국발 뉴스로 인해 충격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 때문이다. 45년 만에 다시 등장한 ‘비상계엄’이라는 말에 한인 사회는 놀라움을 넘어 황당함마저 느꼈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의 국가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절망감마저 들었다.
비상계엄 조치가 발표 6시간 만에 해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회에서 신속히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구국의 의지”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 정치권은 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고, 대외적으로는 국가 이미지 실추도 우려된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국의 비상계엄 관련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한국이 미국의 주요 동맹국일 뿐 아니라 한국에 관심을 가진 미국인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사 중에는 ‘충격적’이라거나 ‘권위주의적’ ‘괴상한 조치’ 라는 등의 표현들도 등장한다. 한국의 취약한 정치 구조와 정치권의 치부를 에둘러 비판하는 듯한 느낌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후진성을 비판받는 한국 정치권이 뼈저리게 생각해야 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로 미국인들에게 한국이 어떤 국가로 비칠지 우려된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상황의 발생에 한인들은 부끄러울 뿐이다.
모국의 눈부신 발전은 미주 한인들에게 큰 자부심이다. 한국은 이제 미국에도 대규모 투자를 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K-팝’ ‘K-드라마’ ‘K-푸드’ 등으로 대변되는 문화 선진국의 이미지도 쌓아왔다. 한국에 대한 관심 증가는 한인 사회의 위상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한인 타운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외적 성장에 걸맞는 체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직면할 경우 대통령에게 비상 대권을 부여하는 조치다. 따라서 비록 6시간 만에 해제되긴 했지만 비상계엄 발표는 한국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린 꼴이 되고 말았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발표 담화문에서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국가 이미지 하락만 초래한 셈이다.
해외 한인들은 모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바란다. 모국의 힘은 든든한 배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처럼 해외 한인 사회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