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미국 한인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한인들이 고국의 급변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연일 한국 친지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에서 보험회사를 운영하는 김종준(56) 씨는 "정치가 왜 80년대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1998년 미국으로 이주한 김 씨는 "여의도 국회 밖의 시위 장면을 보며 과거 전두환 정권에 맞서 거리로 나섰던 1980년대가 떠올랐다"며 당시의 충격을 전했다.
이번 사태는 그간 정치적 견해 차이를 보여왔던 한인사회를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됐다. NYT는 "한인사회 내에 격렬한 정치적 분열이 있었지만, 이번 계엄령 선포에 대한 즉각적인 입장은 대체로 비슷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한인들은 고국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이들은 한국의 가족·친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민자 공동체에서 발행되는 한국어 신문을 통해 한국 정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주한인협의회(CKA)도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목소리를 냈다. 에이브러햄 김 사무총장은 "한국이 강력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계엄령이 평화적으로 해제되길 바란다"며 한국 정국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종준 씨는 "한국이 많은 것을 성취했는데 지금의 정치 상황이 조금 부끄럽다"면서도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이 폭풍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며 희망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