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지에서 대통령 처벌 집회
국민의힘 향한 불만도 폭발
7일에 동시다발 시민총궐기
“1980년 5월이 떠올라 고통의 밤을 보냈습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새벽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으로 나섰다. 김 관장은 “5·18 당시 계엄군에게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은 ‘비상계엄’ 선포에 44년 전이 떠올랐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민 300여명은 이날 오전 5·18민주광장에서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광주시민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시국대회에 참석한 20대 이상미씨는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된 것을 보면서 80년 5월의 광주도 이렇겠다고 생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려올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했다.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18 관련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무능하고 잘못된 확신에 찬 대통령이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공포와 분노를 한꺼번에 느끼게 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전국 각지에서는 이날 아침부터 밤까지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총궐기, 촛불집회 등이 열렸다. 오는 7일에는 서울 용산과 광주 5·18민주광장, 대구 동성로 등 전국 각지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총궐기가 예정됐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촛불집회는 ‘박근혜 탄핵 정국’이 이어졌던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윤 대통령의 핵심 정치 기반인 대구·경북 지역민 사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동대구역사 안에서 뉴스를 보던 한 60대 시민은 “윤석열을 지지했지만 오늘부터는 한 줌 남은 기대를 접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지인들과 모임을 한 이형욱씨(38)는 “군인들이 국회로 진입하는 영상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고 했다. 시민 윤성준씨(50대)는 “전 세계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 우리나라가 한순간에 웃기는 나라가 됐다”고 했다. 이모씨는 “(대통령) 스스로 탄핵을 확정했다. 탄핵 자책골을 넣은 셈”이라고 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내란범죄자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대구·경북본부는 “국가와 사회를 소요시키고 마비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윤 대통령”이라면서 “국민들은 그를 용납할 수 없으며, 국민의 힘으로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했다. 대구촛불행동도 이날 “불법 비상계엄으로 내란죄를 저지른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고 체포하라”고 밝혔다.
사회대전환 윤석열 정권 퇴진 인천운동본부는 이날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정유린 내란수괴 윤 대통령을 체포해 구속할 것’을 주장했다.
전북 지역 6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퇴진 전북운동본부도 “위헌적 내란으로 국민을 향해 총구를 들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내란범 윤석열 체포’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 처벌과 탄핵을 촉구했다.
윤석열 정권 퇴진 강원운동본부는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비루한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윤석열을 지금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강원민주재단도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농민회 충북도연맹 등 40여개 충북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윤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규탄하고 민주주의 사수와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저항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윤석열의 즉각적인 구속과 퇴진을 촉구하는 도민대회를 개최한다”고 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표결에 다수가 불참한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이날 오전 3시 무렵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도당 당사에 빨간색 래커로 낙서를 하고 도망쳤다고 밝혔다. 낙서에는 ‘김용현 XX’ ‘내란’ ‘탄핵’ 등이 적혀 있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당사는 달걀 투척 세례를 받았다. 이날 0시30분쯤 국민의힘 부산시당 앞에서 한 20대 시민이 정문에 달걀 한 판을 투척했다. 국민의힘 울산시당에는 이날 0시22분쯤 누군가 들어와 홍보 벽보를 뜯어내 찢고 화분을 부쉈다.
강현석·백경열·김현수·박미라·김태희
최승현·박준철·권기정·김창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