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내란을 모의했던 범죄자입니다. 끌어내려야 마땅합니다.”
4일 오전 9시30분쯤 동대구역 앞에 모여 있던 군중 속에서 나온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열차를 타기 위해 오가는 시민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집회 현장을 바라보거나 응원의 말을 보태기도 했다. 한 시민은 “(집회 발언 중에)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지 말라”며 집회 관계자를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동대구역사 안에 있던 시민들도 대형 TV를 통해 나오는 뉴스 화면을 지켜보며 윤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60대 대구 시민은 “(숱한 문제에도) 윤석열을 지지했지만 오늘부터는 한줌 남은 기대를 접기로 했다”며 “국민을 우습게 봐도 정도가 있지…”라고 말했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등의 목소리가 거세다.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경북본부, 정당 및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은 이날 ‘내란범죄자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을 모의한 범죄자’로 규정했다. 국민의 뜻에 따라 윤 대통령을 끌어내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민주노총 대구·경북본부는 “1980년 5월 이후 44년 만에 일어난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근거로 밝힌 것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됐고, 오히려 본인의 퇴진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와 사회를 소요시키고 마비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윤 대통령”이라면서 “국민들은 그를 용납할 수 없으며, 국민의 힘으로 윤석열정권을 퇴진시키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순순히 내려가는 걸 지켜볼 수 없다”며 “다시 한 번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도 “(윤 대통령이) 국민이 얼마나 우스웠으면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면서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해 꾸민 쿠데타이자 내란음모로, 반드시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조직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오후 1시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윤석열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민주노총 지역 본부와 시민사회단체 등도 이날 오후 5시 대구 동성로에서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 시국대회’를 열고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4일부터 윤석열정권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4일 울산시청 등지에서 2차례에 걸쳐 ‘윤석열 퇴진’ 집회를 열 예정이다.
대구·경북 시민단체에서는 대통령 구속 및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촛불행동은 4일 오전 긴급 성명을 내고 “불법 비상계엄으로 내란죄를 저지른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고 체포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국가를 공황 상태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윤석열 자신임을 만천하에 밝혔을 뿐”이라며 “예산삭감 정도의 일반적인 국회 행위를 사변으로 선포하고 갖가지 범죄혐의를 받는 부인 김건희의 방탄을 위해 온 나라를 극도의 혼란과 공포로 몰아갔다.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며 내란범죄 수괴로 철저히 처단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촛불행동은 오는 7일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및 체포를 명령하는 대구·경북 유권자대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국농민총연맹 경북도연맹도 이날 성명을 통해 “윤 정권이 독재의 유령인 비상계엄으로 국민의 편안과 국가의 위상을 뒤흔들었다”며 “윤 정권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어떤 국민도 이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 철퇴가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농민총연맹도 오는 7일 윤 대통령 퇴진총궐기를 시작으로 용산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경북교육연대도 이날 ‘윤석열을 구속하고 탄핵하라’는 성명을 냈다. 권정훈 경북교육연대 대변인은 “구속 사유는 이미 본인이 만들었고 모든 사람이 안다”고 했다. 이용기 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 소장도 “이번 사태로 국정농단, 헌법 파괴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보여줬다”며 “탄핵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대구참여연대는 지난 3일 밤 긴급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파탄 내고, 외교와 남북관계를 망쳐 지지율 20%도 안 되는 대통령이 반성과 쇄신은커녕 군대와 경찰을 앞세워 국회를 봉쇄하고, 국민을 겁박하고, 썩어빠진 권력을 지키려 몸부림치고 있다”고 규탄했다.
법조계도 한 목소리로 불법 비상계엄을 비판했다. 대구지방변호사회는 4일 새벽 긴급 성명서를 내고 “헌법적 근거가 박약한 위헌적인 행위이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실로 개탄스러운 폭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2024년의 현실에서 목도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전대미문의 위법한 권한행사로서 국민의 뜻을 명백히 거스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0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거듭되는 탄핵 시도와 내년도 예산 삭감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행위”로 규정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4일 오전 1시쯤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190명 참석에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안을 가결했다. 이에 오전 4시30분쯤 국무회의가 열렸고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