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30분쯤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내놓자 전날 비상계엄 선포 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을 지킨 시민들은 “제대로 된 사과 하나 없는 입장 표명은 부적절하다” 같은 비판과 부정의 반응을 쏟아냈다. 휴대전화로 담화 라이브를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 “탄핵으로” 라는 외침이 나오기도 했다.
여러 시민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장모씨(49)는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계엄 선포한 것에 관해서 국민에게 죄송하다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를 해야 하는데,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며 핑계만 대는 듯한 모습이 굉장히 불쾌하다”며 “마치 나는 또 (계엄령을) 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모씨(46)는 “자기 마음대로 계엄을 선포하고 또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는 이런 행태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계엄 해제는 충분하지 않고 받을 벌이 있다면 마땅한 처벌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 발표 직후부터 국회로 와 앞을 지켰다는 박병임씨(52)는 “지금 저녁에 사람들 다 놀라게 해놓고는 속 편하게 담화하는 게 맞냐”며 “오늘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까 결근을 해서라도 국회 앞을 계속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성수씨(66)는 “워낙 처음부터 잘못된 결정을 했기 때문에 이게 대답이 맞는지 답답하다”며 “민주주의 후진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을, 상식을 깨는 일을 했다. 계엄 해제 후 하야하고 김건희 여사 등과 함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화 끝난 후에도 시민들은 윤 대통령 담화 영상을 돌려보며 국회 앞을 지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용산 대통령실에서 “저는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여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며 “다만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