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구를 막는 기름찌꺼기를 향기롭게 분해하는 재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하수구 막힘 현상을 일으키는 기름 덩어리 '팻버그'(Fatbergs)는 생물 공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원료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팻버그는 사람들이 배수구로 버린 식용유나 물에 흘려버린 음식물 쓰레기, 화장실에 무심코 버린 물티슈, 빗물에 쓸려 내려간 기름 등이 쌓여 바위처럼 딱딱하기 굳어버린 폐기물 덩어리를 말한다. 파이프나 튜브벽에 쌓여 막힘의 원인이 된다.
이는 곧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폐수처리업체 템스 워터는 한 해에만 팻버그를 청소하기 위해 2200만 달러(약 320억원)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물공학자들은 이 냄새나고 더러운 골칫덩이가 향기로운 금덩이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스티븐 월리스 교수도 그 중 하나다.
월리스 교수는 하수구에서 팻버그를 채취해 바이오연료로 활용하는 전문 회사로부터 팻버그를 얻어 실험에 돌입했다. 튜브에 담은 팻버그를 뜨거운 증기로 살균한 뒤, 유전자 변형을 가한 박테리아를 넣어 생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어떻게 조작하느냐에 따라 쓰임은 무궁무진하다. 지방을 좋아하는 박테리아는 지방을 분해해 여러 화학 물질을 생선한다. 월리스 교수가 주입한 박테리아는 지방 덩어리를 없애면서 동시에 악취를 청량한 소나무 향기로 바꿨다.
월리스는 “하수 처리 시설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 실험을 시작했다. 미친 생각이지만 효과가 있었다”며 “지방 덩어리는 향유고래의 내장에 들어있는 왁스(용연향)의 저렴한 버전 같은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생산 단가가 너무 높아서 '오 드 팻버그'라는 이름의 향수로 판매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다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점은 틀림없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