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910년, 화산 폭발로 태양 자취 감춰
농경 타격…햇빛 복귀 바라는 마음 담아 제작
북유럽과 동유럽에 둘러싸인 발트해의 한 섬에 거주했던 신석기시대 인류가 태양 무늬를 돌에 새긴 유물을 특정 시점에 맹렬할 정도로 많이 만든 이유는 화산 폭발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고고학계에서는 이 같은 특이한 돌이 발견되는 이유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해왔다. 그런데 그 이유가 화산재 때문에 약해진 태양의 빛을 되돌리려는 간절함이었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은 지난주 국제학술지 ‘앤티쿼티’를 통해 발트해에 있는 덴마크 본홀름 섬에서 독특한 무늬를 지닌 채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발굴된 614개의 돌 조각이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탐구 대상으로 삼은 돌에는 예사롭지 않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퇴적암 재질인 해당 돌은 지름 4~5㎝에 대부분 빈대떡처럼 동그랗고 납작한 형태를 띠는데, 공통적으로 가운데에 작은 원이 있다. 그리고 작은 원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직선이 방사형으로 새겨져 있다.
연구진은 돌을 ‘태양석(Sun stone)’이라고 불렀다. 한마디로 태양의 이글거리는 모습을 그려 넣은 돌이라는 뜻이다. 그런 추론을 내놓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을 통해 해당 돌에 무늬가 새겨진 시점이 기원전 2900년쯤이라는 점을 알아내서다.
이때 지구에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지질 조사 결과, 기원전 2910년 지구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로 인해 화산재가 하늘로 상승하면서 북반구 전역에서 태양광이 급격히 약해졌다. 근대였던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 때에도 대기 중에 화산재가 다량 분출되면서 태양광이 차단됐고, 이로 인해 지구 온도가 약 3도 낮아진 적이 있다.
기원전 2910년에 살던 인류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고, 이는 생존을 이어가는 데 큰 타격을 줬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측했다. 당시 인류는 농경 생활을 했는데, 광합성 차단으로 자연스럽게 식량 위기가 찾아왔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해당 시기 본홀름 섬은 신석기시대 유럽 가운데 농사가 성행하던 땅이었고, 이는 당시 섬 거주민들이 태양의 부활을 간절히 바라면서 돌에 태양 무늬를 새기는 집단 행위를 촉발했다고 연구진은 봤다.
연구진은 “농업 생산량 저하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던 시기, ‘돌에 태양 무늬 새기기’가 확산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화산재로 인한 기후변화가 끝난 직후 태양 귀환을 축하하려고 무늬를 새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