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미국 캘리포이나주 카슨 디그니티헬스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MLS(미국 메이저리그사커)컵 서부 컨퍼런스 결승 LA갤럭시-시애틀 사운드스전.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성장한 LA의 리키 푸이그가 팀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도움을 올렸다. 그런데 이날 도움이 왼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진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고 알려졌다.
푸이그는 이날 경기 후반 초반에 왼 무릎에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계속 뛰었다. 그 이후로도 30분 이상을 그라운드를 지켰고, 결국 후반 35분 데얀 조벨리치의 결승 골을 도왔다. 후방에서 패스를 넘겨받은 푸이그는 4명의 수비가 둘러싼 상황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뛰어들어가는 조벨리치의 움직임을 보면서 감각적인 패스를 넣어 줬다. 시애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며 노마크 슈팅 찬스를 잡은 조벨리치가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깔끔하게 골을 마무했다. 구단은 경기 뒤 푸이그가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게 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푸이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새 도전이 시작된다. 몇 달간 경기장을 떠나겠지만 더 강해져서 복귀하겠다. 이 클럽에서 역사를 계속 만들어갈 준비가 됐다”고 적었다.
푸이그는 바르셀로나 시절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받았던 선수다. 하지만 차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자신이 전력에서 제외하자 유럽 리그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된 미국 MLS행을 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푸이그는 “때로는 전진하기 위해 안전지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MLS로 향한 이유를 밝혔다.
2022년 8월 LA에 입단한 푸이그는 LA의 간판스타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풀타임 두 번째 시즌인 올해는 29경기를 뛰며 16골 14도움을 기록했다. LA는 그의 활약으로 서부 컨퍼런스에서 2위(승점 64점·19승8무7패)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4골 4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기여도는 절대적이다. 이번 시즌 2497번의 패스를 시도해 87.7%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키패스는 60개다.
영국 ‘기브미스포츠’는 3일 푸이그의 부상 소식을 전하며 “푸이그가 뛴 LA의 마법같은 시즌, 그는 훨씬 더 나은 엔딩을 받을 만하다”는 제목으로 푸이그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이 매체는 “푸이그의 영향력은 경기를 만드는 능력에 있다. 단순히 축구를 하는게 아니라 경기를 조율한다. 짧든, 복잡하든, 대각선 장거리 패스 등 그의 패스는 수비를 무너뜨린다. 그의 패스는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푸이그를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상대가 맨마킹, 섀도잉 등으로 수비 둘을 붙여도, 늘 수비보다 앞서 있다. LA의 모든 볼 점유에 있어 그의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이 공간을 만들어낸다”며 물오른 경기력에 엄지를 들었다.
LA는 2014년 통산 6번째 우승 이후 10년 만에 MLS컵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푸이그 없이 우승에 도전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