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데이비슨, KBO 역대 최초 '외국인 야수 투수 등판'

2025-08-25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NC의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이 KBO리그 역대 외국인 야수로는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타자를 상대하며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NC가 지난 24일 창원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4-17로 크게 뒤진 9회초 경기 막바지 2아웃 상황에서 의외의 장면이 연출됐다. NC 벤치가 투수 교체를 알린 뒤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다름 아닌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이었다. 이날까지 1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데이비슨이 장갑을 벗고 글러브를 끼더니 곧장 마운드로 향했다. 1루 자리는 지명타자 권희동이 대신 채웠다.

양 팀 팬들에게는 모두 낯선 풍경이었지만, 공을 던지는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데이비슨은 단 두 개의 공만 던졌지만, 직구 구속이 시속 138㎞와 137㎞를 기록했다. 뜻밖의 구위에 롯데의 타자 황성빈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이닝을 마쳤다. 경기 내용 자체는 잦은 실책 속에 12점 차 대패였지만,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는 이색적인 장면이 작은 위로가 됐다.

데이비슨의 등판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본인의 적극적인 의지에서 비롯됐다. 경기 도중 그는 이용훈 투수코치에게 직접 "점수 차가 크니 투수가 필요하면 내가 던지겠다"라는 뜻을 전했고, NC 벤치가 이를 받아들였다. 구단이 2011년 창단한 이래 정규시즌에서 야수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더 나아가 KBO 역사상 '외국인 야수의 투수 등판'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점수 차 경기에서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흔하지 않은 풍경이다. 그만큼 이날 NC 불펜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선발 이준혁이 2회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이른 시간부터 5명의 불펜이 소모됐고, 경기 중반까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이닝 소화가 필요했다.

실제로 4회에만 8실점 하며 스코어가 2-14까지 벌어졌지만, 남은 5이닝을 채워야 했다. 김태훈이 4~5회를 책임진 뒤 최우석이 2이닝, 김민규가 1.2이닝을 마무리했다. 일반적으로 불펜 투수들의 적정 투구 수가 30구 안팎임을 감안하면, 이미 상당한 소모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평소 원칙을 중시해 야수의 투수 등판을 선호하지 않는 이호준 감독도 선수의 자발적인 요청과 불펜의 피로, 그리고 경기 상황을 고려해 데이비슨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사실 데이비슨은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종종 마운드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 빅리그 통산 6경기에서 6.1이닝을 던졌고, 5안타 3볼넷 3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2018년에는 뉴욕 양키스의 간판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삼진으로 잡아낸 이력이 있다.

가장 최근 등판은 2020년 9월 1일 신시내티 소속으로 세인트루이스를 상대한 경기였다. 당시 팀이 1-14로 뒤지던 8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3피안타(홈런 1개 포함)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세인트루이스의 선발투수는 한국의 김광현(SSG)이었고, 그는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등판을 마친 뒤 데이비슨은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지는 상황이 다시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언제든 팀이 필요하다면 다시 마운드에 오를 준비는 돼 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wcn050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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