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치매 환자가 약 97만명에 달해, 65세 이상 인구의 10%에 육박할 전망이다. 머지않아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치매는 개인의 삶은 물론 가족과 사회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질환이다. 인구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치매 환자 증가와 돌봄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완치가 어려운 만큼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관리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조기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치매 조기진단 방식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전통적으로 치매가 의심되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간이 정신상태 검사(MMSE) 등의 선별검사를 통해 치매 여부를 진단한다. 정부도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치매검진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러한 검진은 대개 1년에 한 번 정도에 그쳐 연속적인 변화 추적이 어렵다. 치매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정기 검진 사이에 나타나는 초기 신호를 놓치기 쉽다. 게다가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나 치매로 낙인 찍힐 우려로 검진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적기에 진단과 개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인 제약으로 인해 조기에 개입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아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조기예측 체계가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음성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치매 초기 환자는 목소리의 떨림, 말의 속도, 단어 선택 등 언어 표현에서 미묘한 변화가 나타난다. AI는 이러한 음성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기억력 저하나 인지능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은 노년층 대화 데이터를 분석해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를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으며, 기존 보건소 방문 검사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함을 입증한 바 있다. 이러한 음성 기반 시스템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가정용 AI 스피커를 통해 구현될 수 있어, 별도의 의료장비나 병원 방문 없이도 일상 대화만으로 통해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예측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감성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즉, 어르신들이 거부감 없이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음성 AI 비서나 반려 로봇 형태로 정서적 교감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건강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방향이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간호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반려 로봇과 함께 생활한 치매 환자들은 불안감이 줄고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처럼 AI돌봄 로봇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에 음성 분석 기술을 접목하면, 치매 예방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용자는 마치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AI와 교류하며 정서적인 돌봄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오간 대화 내용만으로도 건강 상태에 대한 일상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흐름은 초고령화 시대 치매 예방을 위한 헬스케어 로보틱스(로봇 기반 건강관리 기술)의 핵심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을 중심에 둘 때 실현된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음성 AI와 감성 교감 로봇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치매 예방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필수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새로운 기술일수록 사용자 눈높이에 맞춘 직관적인 설계, AI 판단 기준의 투명성, 개인정보 보호 등 윤리적 고려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고령층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친화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것이 기술 수용성을 높이는 핵심이다. AI가 사람의 삶 깊숙이 들어오는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편리함을 넘어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부족한 돌봄 인력을 보완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중요한 사회적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 의료계, 산업계가 힘을 모은다면 기술의 온기를 사회 곳곳으로 확산시키는 포용적 치매 대응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강현구 주식회사 파밀로 대표이사 hyunkoo.kang@famil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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