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배 현대로템(064350) 사장이 내년도 레일솔루션(철도) 사업의 매출을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글로벌 톱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뉴욕 지하철 수주 경쟁에서 전통 강호인 프랑스와 일본 업체들과 맞대결을 펼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시드니 인근 킹기앙기에 위치한 현대로템의 전동차 유지보수 기지에서 진행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처음으로 매출 2조 원 이상을 기록하는 획기적인 해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레일솔루션 부문에서 매출 1조 4956억 원을 기록했는데 2년 뒤인 내년에는 5000억 원 넘게 늘어난 2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레일솔루션 매출 전망치인 1조 9000억 원보다도 소폭 늘어난 목표치다.
이 사장이 2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철도 부문의 성장세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은 뉴욕시 교통국(NYCT)이 진행할 전동차 입찰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현대로템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NYCT 프로젝트는 뉴욕시 지하철의 ‘디비전 1구역’을 운행할 노후 전동차 500량을 교체하는 사업(추가 옵션 500량 이상)이다. 입찰 금액은 기존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규모인 모로코 2층 전동차 공급 사업 2조 2027억 원을 한참이나 웃도는 수준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현대로템은 NYCT가 잠재적 입찰자의 적격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프리퀄리피케이션(PQ) 절차를 마쳤다. NYCT 기술진들은 현대로템의 창원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해 현대로템의 철도 제작 기술력을 꼼꼼히 평가했다. PQ에 참여한 곳은 프랑스 알스톰과 일본의 가와사키, 히타치 등 4개 업체 뿐이다. 특히 알스톰과 히타치는 2023년 기준 글로벌 시장 2위와 7위 기업인 리딩 기업이다.
이원상 현대로템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레일솔루션연구소장(상무)은 “NYCT는 PQ를 통과한 업체에만 입찰 자격을 부여하는데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사업 등을 통해 신뢰성을 쌓으면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패스트 팔로워였지만 이제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이 됐고 내년부터는 리더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이미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호주·모로코·우즈베키스탄과 수주전에 뛰어든 미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태국·베트남 등 국가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고속철도의 추가 수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모로코와는 최대 30년 동안의 전동차 유지보수를 위한 합작사 설립 계약도 내년 초에 맺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은 “중국과 일본, 유럽은 철도 산업이 크고 자국 기업들만 입찰에 들어올 수 있는 조건을 걸고 있다”며 “돌파구를 찾은 것이 중앙아시아였고 중동과 아프리카 쪽으로 고속철도 글로벌 확장세를 이어가며 내년에는 전 세계로 사업을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기술력뿐 아니라 납기 준수·품질 측면에서 중국 등 다른 기업과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현대로템 레일솔루션 사업본부장 전무는 “중국 업체는 싼 가격에 발주처가 요구하는 조건을 100% 지키겠다고 했다가 납품이 지연되고 품질 문제 해결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현대로템은 신뢰를 주는 방향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장은 현대로템의 압도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국산화율을 85%에서 9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현재 철도 부문의 R&D 연구원은 582명이다. 이 인력들은 기존에는 일본에서 들여왔던 전장품들을 중소기업과 협력해 국산화하는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철도는 방산과 함께 안보와 전략이 결합돼 있는 핵심 산업이라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철도 부문도 가능하면 95%까지 내재화를 이뤄내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