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야당인 진보당과 정의당이 최근 주요 정치적 현안을 두고 이재명 정부와 여당에 각을 세우고 있다. 주요 비판 포인트는 진보당은 관세협상, 정의당은 대장동 사건 1사건 항소 포기 논란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명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존재감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국회의원 4명을 보유한 원내 소수 야당인 진보당은 정부의 한·미 관세·안보협상 결과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김재연 상임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약탈 내역서”라며 “정부는 불평등한 협상 테이블을 벗어나지 못했고, 시장 불확실성만을 강조하는 언론과 정치인들의 호들갑에 쫓기듯 대응했다”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약탈적 요구에 비분강개하기는커녕 침묵으로 일관”했고 “무조건 잘된 협상이라고 칭찬하며 국회 절차를 서두르기에만 바빴다”고도 지적했다.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핵추진(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을 얻어낸 데 대해 김 대표는 “자주국방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혹평했다.
국회 의석이 없는 정의당은 검찰의 대장동 1심 항소 포기와 이에 반발하는 검사들을 겨냥한 정부·여당의 징계 시도를 비판했다. 지난 10일 당 성명을 통해 “법무부가 절차와 순리, 관례에 맡기지 않고 이례적인 항소 포기에 개입한 것은 대단히 문제적”이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했다.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가 도리어 앞장서 검찰을 정치화한 결정”이라며 “검찰개혁을 내로남불로 만드는 꼴”이라고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권영국 대표가 성명을 내 “검사장의 평검사로의 강등이나 검사파면법 제정을 통해 입틀막을 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며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려 하는가”라고 윤석열 정부에 빗대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양당 모두 진보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선명하고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려는 의도가 읽힌다. 정권 초 거대 여당 중심의 정치 구도에서 희미해진 존재감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세력 확장을 도모해야 할 필요성도 간과하기 어려운 측면이다.
양당의 처지와 문제의식에서는 다소 차이가 감지된다. 진보당은 지난 대선 때 후보직을 사퇴하며 이재명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한 만큼 민주당과 멀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진보당 관계자는 18일 기자와 통화에서 “정부·여당과 선을 긋자는 건 아니다”라며 “특히 자주 외교와 내란 극복 문제에서 진보당만의 목소리를 분명히 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6월 이재명 정부에서 유임되자 반발한 이력도 있다.
권영국 대표가 후보로 나서 대선을 완주한 정의당은 각종 현안에서 정부·여당을 적극적으로 비판해왔다. 정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국민 눈높이에서 우려와 고민을 전달하고자 한다”며 “국회 안에 여러 정당이 있지만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정의당이 부적격 판정한 공직 후보자들이 낙마해 ‘데스노트’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당시와 달리 국회의원이 없는 현재는 목소리조차 키우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