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맞이방에 사람이 쓰러지는 순간 역무원에게 경보가 울린다. 역사 내 인공지능(AI) 영상분석 시스템이 비상상황을 감지하고 실시간으로 경보를 전송한 덕분에 신속한 구조가 이뤄진다. 철도 현장에 도입된 AI 기술이 생명을 구하는 가상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역에는 AI CCTV가 시범설치 됐다. AI가 사람들의 이동 패턴을 분석해 비정상 움직임이 포착되면 이를 알려준다.
코레일은 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 개선, 안전 확보, 내부 업무 효율화 등 세 축을 중심으로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존에 사람이 일일이 수행하던 반복적 업무나 실시간 대응이 어려웠던 영역에 AI를 도입해 '빠르고 정확한 철도'를 구현하고 있다.
국민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AI 기반 고객 응대 시스템이다. 기존 콜센터 시스템은 상담사 인력에 따라 응대 품질이 달라졌고, 야간이나 공휴일에는 민원 대응이 제한됐다. 지금은 챗봇과 음성인식 기반의 상담시스템을 도입해, 민원 유형을 자동 분석해 신속한 정보 제공과 문제 해결이 가능해졌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대기 시간 없이 원하는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상담사는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보다 전문적인 상담에 집중할 수 있다.
안전 분야에서도 AI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AI CCTV는 역사뿐만 아니라 선로나 열차접근 구역에도 시범 설치됐다. 위험지역에 사람이 접근했을 때 '경고 알림'을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한다. 심야 시간대나 무인 역사 등 인력이 상주하지 않는 공간에서도 AI는 빈틈없는 감시와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또 선로 점검이나 차량 유지보수 영역에서도 상태기반정비(CBM:Condition Based Maintenance) 기술이 도입돼 차량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한다. 고장 징후를 사전 감지함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정비 효율도 높이고 있다.
내부 행정업무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AI 기반 민원 자동 분류 및 배정, 사규규정 등 사내 문서 조회.답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기술 등을 통해 업무처리 속도와 정확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공공서비스 품질 또한 한층 높아졌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기관으로서 책임과 신뢰성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코레일은 AI 기술을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철도 운영의 필수 인프라로 보고 있다. 향후에는 승객 혼잡도 예측, 실시간 열차 운행 최적화, 철도 물류 경로 자동 추천, AI 기반 역무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 기후, 열차운행 상황, 이용객 수, 사고통계 등을 종합 분석하는 AI를 활용해 안전 관련 상황을 종합 모니터링하는 통합안전관리플랫폼 설계에 들어간다. 살인 사건을 미리 예언하는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처럼 AI가 철도 관련 위험징후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AI는 국민 삶의 질과 안전을 향상시키는 철도 혁신의 중심이다. 코레일표 AI의 출발역이 '기술'이라면 종착역은 '사람'이다. 코레일은 '사람 중심의 디지털전환'을 통해 국민이 더욱 신뢰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철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원종철 코레일 디지털융합본부장 jcwon@kor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