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일제히 미국行···반도체·배터리 등 셈법 찾기 분주

2025-02-17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4대 그룹 고위 임원을 포함한 26명의 민간 경제사절단을 꾸려 미국을 찾는다. 이들은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현지시간)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을 만나 관세를 비롯한 통상정책을 논의하고 한국기업의 미국 투자확대를 위한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설명하기로 했다. 탄핵 정국에서 외교 채널이 사실상 막혀 있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기업인 위주의 민간 경제사절단이 꾸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에선 김원경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스(Global Public Affairs) 사장이 참석한다. 이재용 회장의 출장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는 외교통상부에서 일한 글로벌 대외협력 전문가로 지난 2012년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SK에선 유정준 부회장이 나선다. 유 부회장은 지난해 SK온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2022년부터 그룹 북미 사업을 총괄한 '북미통'으로 불린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영입한 성김 사장을 내세웠다. 그는 부시·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직을 거친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의 국제 정세 전문가다. LG에선 국무조정실 차장 출신의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 원장이 동행한다. LG글로벌전략개발원은 글로벌 정세 변화와 주요국 정책 변동에 대한 영향도를 분석해 전략 자문 용역을 제공하는 그룹의 싱크탱크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을 쏟아내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 정책 지우기도 나서 4대 그룹으로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는 다음 달 초까지 한 달간 유예됐으나 현지 생산공장이 있는 삼성, LG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디까지나 유예인 만큼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TV 사업에서 미국 수출 비중이 더 높은 한국이 멕시코 관세 부과 영향으로 중국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멕시코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가전, TV, 세탁기, 냉장고, 전장 등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또 LG이노텍은 2013년부터 모터, 센서 등 전장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 생산공장을 세우고 있다. 캐나다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넥스트스타에너지'를 가동하고 있으며 SK온은 에코프로비엠, 포드와 양극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당장 다음 달 12일부터 부과되는 '철강 관세'로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향 수출 비중은 5% 미만으로 높지 않으나 현대차·기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현지 생산이 필요한 탓이다. 미국은 인건비와 땅값이 높아 현지에 제철소를 세우려면 천문학적인 투자비가 필요한데 현대제철이 미국 남동부 지역에 전기로 시설 건립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투자비만 약 10조원이 사용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동차와 반도체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는 비상등이 켜졌다. KB증권에 따르면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유예조치가 연장되지 않고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가 부과되면 현대차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 기아는 2조4000억원 줄어들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지난해 우리 기업의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1419억달러로 이 중 북미 수출 비중은 7%에 불과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 GPU(그래픽저장장치)에 쓰이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북미가 아닌 대만 매출로 책정돼 전체 수출 비중이 낮은 것이다. 다만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반도체에 관세를 책정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또 양사는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미국 현지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짓기로 계획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강조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37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가로 약 7조5000억원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을 세우면서 6600억원 수준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배터리 3사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를 우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IRA 법안을 폐기하려면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나 적어도 전기차 수요를 둔화하는 행정명령을 연이어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대한상의는 "한국은 트럼프 1기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약속을 적극 실천한 대미 투자의 모범국가이자 우등기업임을 적극 강조할 것이라며 "트럼프 2기에도 한국기업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확인시키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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