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서 보면 서로 다른 인공지능(AI)이 서로 질문을 하거나 토론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급기야 서로 다투는 경우까지 나오는데, 이런 장면은 관객을 웃게 만드는 장난스러운 장면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챗GPT, 클로드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사용자와 이전에 나누었던 대화의 맥락을 되살려 그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고, 필요시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도구에 접근해 더 깊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표준화된 개방형 기술규약이 있는데 이것을 모델컨텍스트프로토콜(MCP)라고 한다. MCP 덕분에 AI를 중심으로 다양한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앱)을 불러들여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대형 언어 모델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훈련 데이터를 학습해 지식을 형성했지만, 그것도 끊임없이 자체 업데이트를 해야 하며, 특정 영역의 전문 지식에는 약점을 보여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MCP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MCP의 등장은 월드와이드웹 또는 웹이라 불리우는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되던 시기를 연상케 한다. HTTP라는 프로토콜 덕분에 전 세계 수많은 웹사이트와 접속자의 컴퓨터가 동일한 표준으로 연결될 수 있었고, 이것은 인터넷 혁명을 일으키는 밑바탕이 되었다.
MCP는 사용자와 오랜 시간 같은 주제나 맥락 안에서 자연스런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해 준다. 마치 헌법재판소가 오랜 기간 평의를 통해 의견을 좁혀 나가듯이, 장기간 같은 주제를 깊이 다룰 수 있다는 것은 LLM이 가지고 있었던 맥락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고객센터의 상담원 역할을 하는 AI챗봇이 동일한 이용자의 예전 문의사항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MCP는 법률, 의료, 금융 등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MCP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는 기술이 될지, 아니면 HTTP와 같은 보편화된 기술규약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AI시대가 깊어갈수록 AI간의 연결, AI와 다양한 데이터소스간의 연결, AI와 이용자의 과거 대화기록과의 연결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렇게 높은 연결성을 바탕으로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시장에서 높은 지배율을 보이는 서비스 중에 쇼피파이(Shopify)가 있다. 쇼피파이는 클릭 몇 번으로 온라인에서 나만의 상점을 열 수 있고 결제 시스템도 설치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고 있지만, 다른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점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자체 서비스용 앱 스토어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쇼피파이에서 가게를 열고자 하는 사업자들은 각자 다른 요구사항을 갖고 있기 마련이며 앱 스토어는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켜 준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광고, 이메일 마케팅에 집중하고 싶은 사업자는 마케팅에 특화된 앱을 클릭하여 연동시키면 그 기능이 추가된다. 사용자의 구매 경험을 최적화하고 싶은 경우에는 사용자 경험 개인화에 특화된 앱을 연동시킨다. 어떤 소비자가 내 상품을 오랜 기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망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 그 소비자에게만 전용 쿠폰을 발급하는 기능도 가능하다. 이러한 연결성과 유연성 덕분에 쇼피파이는 사업자의 다양한 구미를 맞추어 주면서 전자상거래 플랫폼 시장의 강자가 되었다.
요컨대 AI시대에도 다양한 데이터와 앱을 연결할 수 있는 개방성과 연결성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오지랖이 넓은 AI가 득세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도 새로운 연결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