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이 글로벌 수소산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수소 운송 분야의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액화수소 생태계 구축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소차 보급의 증가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데 수송 분야에서 버스·트럭 등 수소 상용차의 대규모 수요를 창출하는 등 ‘스케일업’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최 차관은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0회 에너지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글로벌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각종 정책 지원 방안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글로벌 수소시장은 본격적인 성장의 초입 단계로 평가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 수요는 2022년 9500만 톤에서 2050년 4억 3000만 톤으로 5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차관은 “2022년 기준 국내 수소생태계는 사업체 수 2800개, 종사자 수 3만 5000명, 매출액 12조 원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미 수소차 보급 대수 등에서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을 위해 액화수소 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 대비 운송 효율이 10배 이상 높아 수소 운송 분야의 ‘게임체인저’라 불린다. 액화수소는 -253도의 극저온 냉각 기술이 요구돼 한국을 포함한 9개국만이 상용화에 성공했다. 최 차관은 “올해 5월 민관 협력을 통해 연간 5000대의 수소버스를 충전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가 준공됐다”며 “정부는 액화수소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액화수소 충전소 확대, 안전 기준 마련 등을 통해 액화수소 생태계를 촘촘히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3대 정책 기조도 제시했다. 정부는 기존 ‘그레이 수소생태계’를 ‘청정 수소생태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청정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제거한 수소를 뜻한다. 최 차관은 “청정수소로의 전환은 미국과 일본·유럽연합(EU) 등이 동참하고 있는 글로벌 수소경제의 패러다임”이라며 “수소가 탄소 중립 실현에 더 많은 기여할 수 있도록 수소생태계를 청정수소 생태계로 전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정수소인증제를 도입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가 올해 초 도입한 청정수소인증제는 수소 생산 방식이 아닌 수소 생산을 위한 원료 도입부터 생산 시점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청정수소를 인증하는 제도다. 최 차관은 “한국이 선제 도입한 기술 중립적 인증 방식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설계된 것으로 다른 국가들도 우리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송 분야에서의 대규모 수요 창출 또한 추진한다. 기존의 승용차 위주인 수소차 보급 전략을 버스·트럭 등 상용차 중심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우리나라의 수소차 보급 대수는 세계 1위 수준이지만 최근 증가 속도가 둔화하는 추세다. 운송 업계에서는 한정된 국내 수소 승용차 모델로 인해 소비자 선택의 폭이 제약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아왔다. 최 차관은 “현대차에서 7년 만에 수소차 신규 모델을 내년에 출시하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이런 민간의 노력에 더해 정부도 수송 분야에서 수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트럭 등 수소 상용차 중심의 보급 전략을 통해 수송 분야에서 대규모 수요를 창출해나갈 것”이라며 “올해부터 수소버스를 매년 2000대 보급해 2030년까지 2만 1000대까지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미래 수소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도 강화할 방침이다. 최 차관은 “수소는 에너지원이지만 생산·유통·활용 등 전 밸류체인에 걸쳐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신산업”이라며 “미래 성장이 예상되는 7개의 핵심 기술에 대한 R&D를 집중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이 언급한 7대 핵심 기술은 △수전해 시스템 △액화수소 운송선 △수소충전소 △연료전지(모빌리티) △연료전지(발전용) △운송 트레일러 △수소 터빈 등이다. 그는 “수소 R&D 성과 제고를 위해 앵커 기업이 참여하는 수요연계형 방식, 실증 사업화를 위한 양산촉진형 방식을 새로 도입했다”며 “수소 기업에 대한 판로 개척, 기술사업화 등 통합 패키지 지원을 제공하는 수소 전문 기업 개수를 현재 103개에서 2030년까지 600개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