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증인 피한 노소영, 지난 11일 강의 빌미 비밀회합 의혹
댓글부대 리더격인 김모씨, 법률대리인 부인인 박모씨 등 참석
SKT 연구소서 사적모임…자산 사유화 논란도
'노태우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과 국세청 등의 조사를 앞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미래회 회원 등과 비밀 회합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SK텔레콤(SKT) 연구소에서 '재벌가 사모님들의 사교 모임'으로 알려진 '미래회' 회원들의 비공개 만찬이 열렸다. ‘노태우의 하나회’처럼 미래회가 노 관장의 사조직이 아니냐는 의혹을 줄곧 받고 있다.
노 관장과 주변인들은 장충동 SKT 연구소를 '타작마당'이라 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타작마당에서는 미래회 주도로 'AGl(일반 인공지능) 시대와 인간의 미래' 저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 맹성현 명예교수의 강의가 진행됐다. 업계에 따르면 강의 종류 후에는 미래회 회원들의 식사가 이뤄지면 사적 모임이 진행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회사 건물을 재벌가 사모님들이 모여 친분·교양을 쌓는 취미 공간이나 사교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강의' 등으로 포장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미래회 회원 명단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이날 회의에는 핵심 인물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흥남 전 미래회 회장이 대표적인 핵심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악성댓글(악플) 부대를 만들어 노 관장과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향한 악플을 조직적으로 달아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그는 결국 허위사실 유포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노태우 정권 시절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의 딸인 박지영 씨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독립 법인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씨 현 미래회의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맡고 있다.
박씨의 남편이자 노소영 관장과 특수 관계이며, 노 관장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이상원 변호사도 '미래회' 회원 중 한 사람이다. 이 변호사는 노 관장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며 이혼재판 과정에서 언론 대응을 도맡았다. 현재 이 변호사는 이혼 재판 취재진에게 "최 회장이 김 이사장에게 쓴 돈이 1000억원이 넘는다"고 말하는 등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된 상태다.
노 관장이 SKT 연구소를 미래회 사교 모임 장소로 언제부터 활용했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재계는 SKT 인력이 전부 퇴출된 2016년부터 노 관장이 완전 점유한 것으로 파악한다.
노 관장은 2012년 SKT연구소 오픈 직후 "한국의 스티브잡스를 배출하겠다"는 포부와 통섭형 인재를 매년 5명씩 선정해 1인당 5000만원씩 지원하겠다는 인재 육성 방안 등을 앞세워 연구소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와 아트센터 나비의 디지털아트 관련 공동 연구가 진행된 2013~15년에는 SKT, 아트센터 나비 인력이 50대 50 비율이었으나, 2016년부터 SKT 직원이 1명으로 축소됐고 지난해 6월쯤부터 노 관장 측 사람들로 완전히 채워졌다.
업계에서는 시점상 노 관장이 이혼 소송 본격화 이후 SKT 직원을 모두 타작마당에서 내쫓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노 관장이 타작마당에서 미래회 회원들과 이혼 소송 등 개인적인 문제에 관한 전략을 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타작마당에서 미래회 모임만 열린 것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노 관장이 이사로 있는 태평양시대위원회의 인문학 포럼이 매월 이곳에서 열렸다. 또 노 관장의 동생인 노재헌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행사가 타작마당에서 자주 열렸다.
연구소가 노 관장의 개인 공간으로 전락하면서 SKT는 문제제기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다만 여러 차례 아트센터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 SKT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두겁석 담장 일부가 무너져 안전 검사를 실시, 보수가 필요하다는 감리업체의 조언에 따라 SKT 측이 공사를 결정했으나 노 관장 측이 공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문을 더욱 굳게 걸어 잠갔다는 전언이다.
업계에 따르면 SKT는 노 관장이 연구소를 무단 점유하는 것이 자칫 배임 논란으로 확산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회사는 당초 메세나(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차원에서 별도 대여비를 받거나 구체적인 규정을 담은 계약을 맺지 않았다. 그러나 비용 지불 없이 연구소 건물을 개인적 용도로 계속 활용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노 관장의 '무단 점유' 사례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노 관장은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과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지 5년 만에 미술관을 SK서린빌딩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마저도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하다가 법원이 지난 6월 "퇴거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에야 가능했다.
아울러 노 관장은 2015년부터 광장동 워커힐호텔 내 고급 빌라에서 지내고 있는데, 숙박비를 전혀 내지 않아 10억원 이상 체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빌라의 하루 숙박료는 200만원, 한 달 숙박료는 8000만원으로 노 관장으로부터 숙박비를 받지 않으면 SK네트웍스 경영진 역시 배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