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초로 4000선을 웃돌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게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이달 초에야 간신히 900선을 넘겼다. 상승 동력은 얼마 가지 못했다.
우량 기업들은 코스닥을 떠나고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주총에 참석한 98%가 이전 안건에 찬성했다. 압도적인 지지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이 코스피로 '승격'하는건 이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카카오와 셀트리온이 이미 같은 길을 걸었다.
코스닥 활성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다만 방법론에서는 시각이 갈린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대등한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 금융당국 시각이다. 앞서 본지가 보도한 코넥스 시장의 초기 기술기업 시장으로의 변신 역시 증권시장 계층화라는 금융당국의 시각을 담은 개편안 가운데 하나다.
벤처업계는 이러한 금융당국의 시각이 코스닥의 차별화를 가져오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민주당이 별도의 증권시장 구조 개편 법안을 준비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민주당 발의안에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그 아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코넥스 등 각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두는 내용이 담겨있다. '2부 리그'가 아닌 특화 시장으로 코스닥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다.
최종 방안은 이번주 있을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를 거쳐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성장펀드부터 조각투자·토큰증권발행(STO),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종합투자계좌(IMA)까지 첨단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 속속 투입될 예정이다. 이제 남은건 시장 개설 30주년을 맞은 코스닥 활성화 뿐이다. 금융당국과 벤처업계의 입장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전향적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