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총괄하는 헌법존중·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출범했다. 논란이 있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TF가 발족한 배경은 12·3 내란이다. 내란이 성공했다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됐을지를 생각하면, 조금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물론 조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공무원들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진상규명은 철저하게 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생각할 점은 ‘헌법존중’과 ‘정부혁신’이라는 키워드는 내란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과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자라면 당연히 헌법을 존중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헌법존중은 곧 민주주의 존중이고, 주권자에 대한 존중이다. 공직자들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권한이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임을 항상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존중’이다.
한편 개인의 일탈이 있더라도, 헌법이 수호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다시는 헌정질서를 훼손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헌법 개정도 필요하다. 특히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가 있으면 곧바로 계엄의 효력이 상실되도록 해야 한다. 내란죄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그럼으로 누구라도 헌정질서를 훼손하면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또한 정부조직이 부패와 무사안일, 예산낭비,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찌들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혁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혁신’은 공공부문의 기득권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유능하고 책임성 있는 정부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역대 정권에서도 정부혁신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에는 대통령령으로 ‘정부혁신추진위원회 규정’을 제정했다. 공공부문의 조직구조, 운영체제와 일하는 방식을 21세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 맞게 혁신한다는 취지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정부혁신과 지방분권을 다루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두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정부혁신’이라는 의제가 힘 있게 추진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내란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과는 별개로 ‘정부혁신’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혁신을 추진하는 체계도 필요할 수 있다. 개별 부처 차원에서 정부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대통령 직속기구를 둔다든지 해서 정부혁신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그러나 위원회는 그 임무가 명확지 않으면 겉돌기 쉽다. 지금 필요한 정부혁신의 과제들은 일부는 행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고, 일부는 입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행정부 차원에서는 방만해져 있는 정부부처와 공기업·공공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조직이 내부 혁신을 하도록 하되, 문제가 드러난 곳에 대해서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감사·평가를 통해 문제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진단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야 해법도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이다.
그리고 입법적인 조치도 필요하다. 정부 입법이든 국회 주도 입법이든 법률을 바꿔야 한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정보공개’이다.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공공부문 개혁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보공개법으로는 어림없다. 정보공개를 거부하면서 시간을 끌고, 심지어 자료를 은폐하는 행태를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보공개법을 개정해 악의적 비공개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고, 특별행정심판 기구를 설치해 정보공개 거부 사건은 신속하게 판단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정도의 조치가 있어야 정보공개제도가 실효성 있게 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참여가 필요하다. 공공부문이 혁신되려면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공익감사청구를 할 수 있지만, 이 제도를 이용해본 국민들의 원성이 높다. 감사원이 감사하지 않고 종결 처리하거나, 감사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감사청구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예산낭비에 대해서는 국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국민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지난 8월 대통령이 참석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도 나왔던 얘기이다.
이처럼 정보공개와 국민참여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때, 진정한 의미의 정부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