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메커니즘...우리는 왜 늙는가

2025-11-21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몸이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

찬 바람이 불면 뼈마디가 쑤시고, 하루가 다르게 몸이 굼뜬다. 여기저기서 삐걱대며 하나둘 '이상 신호'가 켜진다. 이런 이유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항노화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현대 과학은 '우리는 왜 늙는가'에 대한 답을 세포 단위에서 찾아내기 시작했다.

노화의 시작점은 우리 몸의 가장 기본 단위인 세포, 그중에서도 생명의 설계도인 DNA다. 우리가 숨을 쉬고 활동하는 매 순간, DNA는 끊임없이 공격받는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고, 자외선이나 환경 독소가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젊을 때는 복구 시스템이 이를 즉각 수정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시스템이 헐거워진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염색체 끝단에 위치한 텔로미어다. 운동화 끈 끝의 플라스틱 캡처럼 유전 정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

이게 다 닳아버리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멈춘다. 이는 암세포로의 폭주를 막기 위한 우리 몸의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줄기세포 고갈을 초래한다. 흰머리가 나고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 건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우리 몸의 재생 엔진이 꺼져간다는 신호다.

하드웨어(DNA)만 망가지는 게 아니다.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격인 유전자 조절 시스템도 나이가 들면 오작동을 일으킨다. 켜져야 할 유전자가 꺼지고, 꺼져야 할 유전자가 켜지면서 장기가 제 기능을 잃게 된다.

여기에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효율 저하가 겹친다. 낡은 발전소가 전력 생산은 못 하고 매연만 내뿜듯, 노후한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는 적게 만들면서 유해한 활성산소를 뿜어낸다. 이는 세포 내 염증을 유발해 만성 질환의 불씨가 된다.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일명 '좀비 세포'라 불리는 노화 세포 축적이다.

정상적인 세포는 기능을 다하면 스스로 사멸하거나 면역 체계에 의해 제거되야 한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이 '청소 시스템'이 고장 난다. 죽지도 않고 분열하지도 않는 좀비 세포들이 조직에 남아 주변 건강한 세포까지 병들게 만드는 독성 물질을 뿜어낸다. 이것이 몸 전체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단백질이 잘못 접히거나 뭉치는 현상을 바로잡는 능력도 떨어진다. 뇌세포에 단백질 쓰레기가 쌓이면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질환으로 이어진다.

의학계는 세포가 스스로 낡은 부품을 재활용해 에너지를 얻는 '자가포식(오토파지)'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자가포식(오토파지)는 세포 내 불필요한 물질, 손상된 기관, 변형된 단백질을 분해·청소하는 세포의 청소 메커니즘이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는 '라파마이신' 같은 약물이 수명 연장 효과를 보이며 '현대판 불로초'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본래 장기 이식 환자의 면역 억제제로 개발된 만큼, 섣불리 복용했다간 면역 체계가 무너져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

현재 건강을 챙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몸의 엔진인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한다. 소식(적절한 영양 섭취)은 자가포식(오토파지) 스위치를 켠다. 소식이나 공복 상태가 되면 오토파지 활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의학계와 과학계에서는 "노화를 늦추는 열쇠는 우리가 매일 얼마나 움직이는 지, 무엇을 먹는 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finevie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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