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의 종말’은 수십 년 해묵은 논쟁거리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2050년까지 석유 수요가 정점(peak)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연례 보고서를 내 다시 논쟁에 불씨가 붙었다. 석유 다(多)소비 국가면서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 ‘탈(脫) 석탄’에 속도를 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IEA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WEO·World Energy Outlook) 2025’ 보고서에서 “(현재 정책과 규제를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에서) 석유 수요가 2050년까지 정점에 도달하지 않고 하루 1억1300만 배럴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억1300만 배럴은 지난해 하루 석유 소비량(1억 배럴) 대비 13% 늘어난 수치다.
IEA는 또 “2050년까지 석유는 여전히 주요 에너지원”이라며 “향후 10년간 모든 에너지원 중 석유와 천연가스(natural gas) 투자가 가장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석유와 가스가 연료원으로서 큰 역할을 계속한다는 ‘현실 자각’은 큰 변화다. IEA는 그 동안 수차례 석유 수요가 2030년 이전에 정점에 달할 거라고 전망했다. 파티 피롤 IEA 사무총장은 변심한 배경에 대해 “경제적, 정치적, 기술적으로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며 “변화하는 경제 및 에너지 상황에 따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석유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 보고서 발간 직후 ‘IEA와 현실의 만남(IEA’s rendezvous with reality)’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IEA가 석유·가스가 미래 에너지 경로를 진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건 수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EA가 원래 없었던 정점을 10년 가까이 주장하다 예측의 시간이 다가오자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IEA 보고서는 세계 각국 정부는 물론 에너지 업계의 교과서로 여겨진다.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에너지 정책의 판단이 향후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아지고, 전기차의 시장 침투는 예상보다 느릴 수 있다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짚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에너지 정책에 변화를 추진하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출범한 뒤 화석연료 기반 발전이 환경 논리에 밀릴 거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어서다. 정부는 지난 6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50% 이상’ 줄이는 내용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공개했다. 17일엔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최초다.
한국가스연맹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석유 소비량은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산업 측면에서도 석유화학 등 에너지 업종은 ‘수출 효자’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철강·반도체 등 제조업이 주력이기도 하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세계는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 연료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소비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모든 에너지원이 필요한 만큼 에너지의 역사는 ‘대체(replacement)’가 아니라 ‘추가(additions)’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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