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공이 휴머노이드 만든다…中, 기술·예술 융합의 교육실험

2025-10-21

이달 17일 방문한 중국 선전 남방과기대 디자인스쿨(SUSTech School of Design). 학교 건물로 들어서자 인간 형태의 로봇이 비치된 실험실이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았다. 공과대학이 아님에도 학생들은 이곳에서 로봇을 직접 구동해보면서 로봇의 동선과 활용도를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형 혁신 제품을 구상한다고 했다.

강의동에는 오픈 스튜디오 형태의 연구실도 여러 곳 마련돼 있었다. 최신 장비가 구비된 연구실은 학생들의 머릿속 기발한 아이디어가 형체가 있는 시제품으로 탈바꿈하는 공간이다. 이색적인 뷰티 기기, 트래킹 웨어러블, 인공지능(AI)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제승우 남방과기대 교수는 “산업이 고도화되면 다음으로 밸류(가치)를 따지게 되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런 점에서 중국은 현재 정부 차원에서 디자인에 대한 지원을 아낌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방과기대 디자인대학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의 디자인 인재 육성을 위해 정부 주도로 설립된 단과대학이다. 디자인대학을 비롯한 남방과기대의 운영비 대부분은 선전시 정부 예산에서 충당된다. 중국 정부는 2009년 ‘문화산업 진흥계획’을 통해 디자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했고 2015년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기술 중심 제조국에서 혁신과 디자인을 결합한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 정책 기조 속에서 대학들도 잇따라 디자인 교육을 강화했다. 2009년 통지대가 기존 건축·도시계획학부에서 디자인·이노베이션대학을 독립시킨 데 이어 2015년 이후에는 남방과기대를 비롯해 상하이교통대·시안교통리버풀대 등에서도 건축·디자인 관련 학과를 통합한 단과대를 신설했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 속에서 2024년 기준으로 통지대·중앙미술학원·칭화대 등이 세계 디자인 대학 순위 3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남방과기대를 비롯해 중국 디자인대학들이 기술을 기반으로 디자인을 교육하는 통합형 교육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학생들은 AI·로보틱스 등 다양한 혁신 제품 관련 디자인 과목을 이수하고 학부 단계부터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한국 등 글로벌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통한 실무에 곧바로 투입된다.

활발한 산학협력 덕분에 학생들은 졸업 후 전자기기·로봇 등 테크 기업에 진출하는 비율이 높다. 실제로 졸업생의 약 70%는 테크 기업으로 취업하고 10~20%는 유럽이나 홍콩 등 해외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난다. 실제 연구실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학원 졸업 이후에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 것” “해외 대학으로 유학을 갈 예정” 등 제각기 다른 진로 계획을 기자에게 밝혔다.

이러한 교육 모델이 가능한 것은 적극적인 인프라 지원 덕분이다. 전체 학생 200명이 채 되지 않는 남방과기대 디자인대학에는 현재 로봇 5대가 구비돼 있으며 3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이 같은 환경은 로봇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로봇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다수의 지원자 면접을 경험한 정제완 디자이너는 “로봇을 실제로 구현해본 경험이 있는 지원자들은 대부분 중국 지원자들이다. 기업에서도 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로봇 사용을 통한 대학 교육이 취업 과정에도 즉각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술 중심의 디자인 교육은 비단 중국만의 흐름이 아니다. 최근 일본 도쿄대나 미국 MIT 등에서도 새롭게 디자인 스쿨을 설립하며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에서도 디자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윤정 후난대 교수는 “AI, 사물인터넷(IoT) 등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는 만큼 한국 디자인 교육도 이러한 기술 트렌드를 받아들여 교육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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