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강연 및 환영사·축사
“석탄·석유·가스 美 영향력 더 커졌지만
재생에너지산업엔 큰 영향 못 끼칠 듯”
‘LNG 리스크’ 대비 수급 다변화 주문
“트럼프發 에너지 블록화·불확실성 우려”
“SMR·배터리·청정수소 등 경쟁력 키워
에너지안보·미래먹거리 동시 확보해야”
“결론적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직간접적인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은 각자의 로드맵과 역량에 따라 청정에너지 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5 세계에너지포럼’의 기조강연에 나선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에너지 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 이사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1기 때와 비슷하지만 그 영향력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 기후 정책은 ‘오바마 지우기’에서 ‘바이든 지우기’ 정도로 바뀌었다”면서도 “트럼프 2기는 1기의 경험이 있어 실행력이 강화됐고, 과거와 달리 상·하원을 공화당이 안정적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강연에서 사안별로 트럼프 행정부의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 등 기후 에너지 정책은 (연방정부보다) 주 정부의 영향이 크다. 세계적으로도 석탄, 석유, 천연가스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확대되겠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수혜를 받는 주들이 공화당 우세 지역이라서 폐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이 이사장은 “한화큐셀의 경우 한국에서 수출하는 태양전지가 쿼터제의 적용을 받아 관세 영향이 적고, 미국 현지에서 8기가와트(GW) 가동 중이므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풍력 프로젝트 비용 상승과 사업 지연, 관세 부담 등으로 미국에 풍력타워와 케이블, 베어링 등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헌 전 아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전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발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국은 중장기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LNG 확보 및 다변화 전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교수는 “트럼프 2기의 에너지 정책은 정확성이 떨어져서 사실 의도한 결과보다는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이 경우 전 세계 공급망의 블록화가 진행되면서 각국이 서로 공급망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는 상황에도 한국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은 환영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독립을 목표로 화석연료 개발을 확대하고,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을 늘릴 전망이다. 산업 활동 촉진 차원으로 기존 환경 규제도 대폭 완화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미국발 에너지 시장 변동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원전, 배터리, 청정수소, 전력망 산업 등 에너지 관련 부문은 우리가 앞으로 계속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할 미래 산업”이라며 “에너지 안보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선 에너지 산업에 관한 규제 완화, 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축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재탈퇴 선언, 상호관세 도입, 메가 감세법안 통과 추진 등으로 우리 산업과 기업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포럼에서) 급격한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 산업계와 학계가 한데 모여 불확실성을 극복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정부는 우리 산업과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나갈 것”이라며 무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조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무탄소 에너지산업 생태계 구축 △재생에너지 자금지원 강화 △중·대 규모 위주의 재생에너지 보급 △재생에너지 진입의 경쟁입찰 일원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명창환 전남 행정부지사가 대독한 축사에서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거대한 흐름”이라며 “전남은 그동안 바람·햇빛 등 비교우위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재생에너지 정책을 힘차게 펼쳐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신안·영광·여수 등지에 30GW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활용해 에너지 기본소득 시대도 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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