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나 돌아올 수 있는 거지?"…휴가철 앞두고 불안한 합법 美 이민자들

2025-05-21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입국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 중이더라도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심지어 추방되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고국 방문을 망설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오는 26일(현지시간)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시작으로 6월 중순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휴가철이 열린다. 우리나라와 달리 두 달이 넘는 긴 여름방학을 고국에서 보내는 이민자 가족들이 많지만, 올해는 미국에 남기로 한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부의 입국심사 강화로 인해 혹시라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해외에 나간 이들이 무사히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도 '괜히 내가 걸리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기는 어렵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집권 이후 입국이 거부된 사례들은 현지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됐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된 프랑스 과학자,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영주권이 취소된 사례 등은 이민자들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지난 3월 뉴저지주의 한 학군의 학부모 대표 회의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이민자 인구가 많은 이 도시에서는 3월 말까지 두 가족이 미국에 재입국하지 못해 아이들이 학교에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해당 지역 교육감은 여행 주의보 발령을 검토하기도 했다. 입국이 거부된 두 가족은 각각 우크라이나와 중동 국가 출신이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튀르키예 출신 학부모 A씨는 "올해는 고향 방문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당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인 야당 정치인을 테러 혐의로 체포하면서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이었고, A씨는 이러한 정치적 혼란이 미국 입국 심사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일부에게는 이러한 두려움이 실제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시아 국가 출신의 한 이민자 B씨는 30년 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는 시민권을 취득했지만 과거 불법 체류 이력이 있다는 이유가 우려돼 최근 고국에서 위독했던 동생의 곁으로 가지 못했다. 혹시나 동생을 보러 갔다가 미국에 다시 입국하지 못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B씨는 결국 동생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지난달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국을 방문했다.

추방이나 입국 거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입국심사가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이민자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입국심사관이 휴대전화나 소셜미디어까지 확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이민자들은 자신의 과거 게시글을 점검하거나 아예 앱 자체를 삭제하고 귀국하는 경우도 있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이민자 C씨는 "아예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입국 직전에 소셜미디어 앱을 지우고 들어오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입국심사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보다 편안한 입국을 위해 글로벌 엔트리를 신청하는 이민자들도 늘고 있다. 글로벌 엔트리는 미국의 자동출입국심사 프로그램으로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한국을 포함한 일부 협정국 국민이 이용할 수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 시 대부분 일반 입국심사 줄을 거치지 않고 키오스크를 통해 간편하게 입국할 수 있다. 글로벌 엔트리 신청자는 미리 여권과 영주권 등 자료를 제출하고 각 공항에 설치된 글로벌 엔트리 신청 센터를 방문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과 인터뷰를 해야한다. 한국 출신의 영주권자 D씨는 "아이들과 함께 긴 줄에 서서 괜한 불안감을 느끼기 싫어서 글로벌 엔트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주권자 E씨는 "영주권만 있으면 마음 편할 줄 알았는데, 트럼프 정부 이후로는 죄 지은 것도 없이 괜히 늘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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