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그 결정적 순간들

제3회 ‘은인’ 전두환과 피투성이 참고서
원장님, 저 그만둬야겠습니다.
비참했다. 소년은 분루를 삼키며 간신히 그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원장은 놀라지 않았다. 그는 그 상황을 미리 예견한 듯 심상하게 답했다.
왜?
소년은 기어이 그 말을 꺼내야 했다.
돈이 없어서요.
허탈하게 뒤돌아서는 그를 원장이 말로 붙잡았다.
그래? 그럼 돈 내지 말고 다녀.
소년은 귀를 의심했다.
네? 왜요?
원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왜? 너 공부하고 싶잖아.
네.
원장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화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 소년, 이재명(이하 경칭 생략)은 끝내 참았던 눈물방울을 떨궜다.
소년공이 대학생이 되는 경로가 쉽고 평탄했을 리 없다.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물론 이재명의 초인적 노력이었다. 1980년 초겨울 성남 성일학원의 그 ‘은인’처럼 그를 도와준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그에게는 예상 밖의 후원자가 한 명 더 있었다. 전두환! 농담이 아니다.
피나는 노력과 은인의 지원, 그리고 행운 한 방울이 추가돼 이뤄진 그 결과물에 이른 길을 지금부터 되짚어 걸어보자.
소년공, 독소 가득한 밀폐공간에서 공부하다
1980년 1월 경기도 성남시 오리엔트 공장 도금2실, 아세톤·시너·도금액이 뿜어내는 사기(邪氣)가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게다가 그 공간은 공기 한 주먹 드나들 수 없는 밀폐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