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라이딩 활개 사고 주의보
한강공원 속도 전광판 설치 불구
대부분 안전 권장 시속 20㎞ 초과
여의도공원 10년간 사고다발 1위
동호인 무리지어 과속 추월 빈번
부모들, 아이 부딪힐까 조마조마
“종류별 통행 제한 등 단속 강화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한모(79)씨는 주말엔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던 중 갑자기 한 어린이가 튀어나와 급브레이크를 밟다 사고가 난 이후부터다. 한씨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동호회 무리도 걱정이라고 했다. 공원이 차로보다 더 위험하다고 여기고 있다.
21일 세계일보가 최근 10년(2014∼2023년) 서울 내 자전거 사고다발지역을 분석한 결과 가장 사고가 잦았던 곳은 ‘여의도 한강공원’이었다. 자전거 사고다발지역은 가·피해자 차종이 자전거인 사고가 반경 200m 이내서 1년 사이 4건 이상 발생한 곳이다.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는 공원에서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가 뒤섞이면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자전거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과속’이 꼽히지만 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조회한 데이터를 보면 서울 시내 자전거 사고다발지역 가운데 사고 건수 상위 10곳 중 3곳이 ‘공원’이었다. 1위인 여의도 한강공원에선 10년 동안 69건의 사고로 83명이 다쳤다. 그 뒤를 이은 ‘잠실 한강공원’(7위·26건)과 ‘올림픽공원’(9위·25건)에서 부상자는 각각 32명, 27명에 달했다.
자전거 사고의 원인으론 과속이 지목되면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2021년 11월부터 한강공원에 인공지능(AI) 기반 폐쇄회로(CC)TV 및 제한속도 안내 전광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과속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취재진이 전날 서초구 잠원 한강공원과 송파구 잠실 한강공원에서 CCTV가 측정한 자전거 속도를 관찰해 보니 100대 중 69대가 안전상 권장 속도인 시속 20㎞를 초과했다. 평균 속도는 시속 25.8㎞였다.
현행 법령에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 속도를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서울시는 일정 구간에서 자전거 속도를 시속 2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자전거에는 식별 가능한 번호판도 없고 속도계 부착도 의무가 아니라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주말을 맞아 자녀들과 공원에 나들이 나온 부모들은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박현희(35)씨는 “아기랑 다니면 자전거도로로 넘어갈 수 있어 위험하다. 애들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며 “보행자보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자전거동호회 소속으로 보이는 자전거 무리가 빠른 속도로 다른 자전거와 보행자를 추월하는 아찔한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송파구 신천중학교에 다니는 김시완(14)군은 “자전거를 타고 있으면 뒤가 안 보이는데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면 위협적”이라며 “자전거 모임에서 나온 것 같은 사람들이 우르르 확 지나가는 경험이 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늘고 있는 전기자전거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전거법은 속도가 시속 25㎞, 차체 중량이 30㎏을 초과하지 않는 전기자전거에 한해 공원 내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손쉽게 속도 제한을 해제할 수 있는 데다 이에 대한 단속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김의권(61)씨는 “공원에서 타면 안 되는 자전거가 많은데도 단속조차 안 한다”며 “너무 빠른 속도로 내달리니 사고 날 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혀를 찼다.
윤준호·소진영·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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