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가파르게 성장했던 골프웨어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골프에 입문했던 MZ세대가 점차 흥미를 잃자 중저가 골프복 브랜드들도 잇따라 철수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올해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골프웨어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세엠케이의 주력 골프 사업 부문인 LPGA와 PGA는 매장 수를 기존 28개에서 20개로 축소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메종키츠네 골프와 LF의 랜덤골프클럽은 론칭 1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캘러웨이골프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하이엔드 브랜드 트래비스매튜도 백화점에서 퇴점했다.
코오롱FnC가 30여년간 운영해온 브랜드 잭니클라우스는 운영권을 제3자에게 넘기는 서브 라이선스를 결정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세아의 톨비스트와 스마트스코어의 맥케이슨 등도 브랜드를 정리하거나 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골프웨어 브랜드의 부진은 골프 산업 하향세와 관련이 깊다. 젊은 세대가 코로나19 당시 유행을 탄 골프장으로 몰리면서 골프복 시장은 2021~2022년 연 평균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났다. 하지만 2023년부터 2030의 이탈과 내수 둔화가 겹치며 시장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2022년 4조2500억 원에 달했던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2023년 3조7500억 원, 2024년 3조4500억 원으로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골프에 취미를 가졌던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보다는 MZ 골퍼가 주된 고객인 중저가 브랜드가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백화점·아웃렛 등 판로가 다양한 고가 브랜드보다는 중저가 브랜드가 유통에 불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패션 업계에선 올해에도 골프웨어 브랜드의 철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올해 경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올해 겨울 시즌 제품들의 판매 실적이 부진했다"며 “2025년 봄 시즌 골프복 판매도 좋지 않은 브랜드는 손을 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패션 회사들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고객 붙잡기에 나섰다. LF의 헤지스 골프와 닥스 골프는 디자인과 소재를 고급화해 프리미엄급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르꼬끄 골프는 캐주얼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데상트골프는 퍼포먼스 중심의 제품을 출시해 브랜드를 리뉴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