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우려에 숨죽이는 걸프국···“할 수 있는 것은 협상 제안뿐”

2025-06-23

이란이 미국의 핵 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중동 내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자 걸프 국가들도 확전에 대비해 비상 경계에 나섰다. 인접한 걸프 국가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이 확전에 대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역내 미군기지의 개수, 분포, 규모는 강점이 아니라 취약점”이라고 밝히며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걸프국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경우 역내 확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내 근무하는 미군과 민간인은 4만명에 달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에 미군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란과 외교 관계를 맺지 않은 바레인에는 미 해군 제5함대가 배치돼 있다.

미군기지가 위치한 국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충돌이 확대돼 자국 영토에서 직접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엘하 파크로 하버드 벨퍼 센터 연구원은 “미국이 분쟁에 직접 개입함에 따라 미국 시설을 보유한 국가라면 누구나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란과 인접한 국가들에서는 분쟁이 번질 것을 대비하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이 공습한 후 최고 수준의 보안 경보를 발령했으며 바레인은 운전자들에게 주요 도로를 피하도록 권고하고 33개의 대피소를 마련했다. 쿠웨이트는 정부 부처 단지에 대피소를 설치할 예정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금융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세운 비상 계획을 발표했다.

전쟁이 이어질 경우 걸프국들에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단행할 경우 원유 수출 등이 제한되며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레나드 만수르 런던 채텀하우스 연구원은 “걸프국은 대체로 사업 우선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사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국가 안보를 상당 부분 미군 기지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은 분쟁이 확대될 경우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된다.

한편 걸프국가들은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동 순방으로 동맹을 강화한 지 얼마되지 않아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에는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이날 미국의 공습을 두고 “큰 우려”를 표명한다며 “자제력을 발휘하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카타르 외교부는 성명에서 미국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이란 핵 시설 공격으로 상황이 악화한 것에 관해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걸프 국가들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지 않으려 조심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고 했다.

하지만 걸프국들이 이스라엘과 미국, 이란의 분쟁 상황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하산 알하산 국제전략연구소 중동 담당 수석연구원은 “걸프 국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준비하고, 이란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협상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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