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라스틱 폐기물 무역, 수입국 해안 쓰레기 증가와 연관

2025-12-12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미국에서 재활용을 위해 수거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가운데 가장 흔한 품목은 플라스틱 음료병으로,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재활용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미국 내에서 처리되지만 일부는 해외로 수출된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UIUC) 연구진은 시민과학 데이터를 활용해, 이 같은 글로벌 플라스틱 폐기물 무역이 수입국의 해안·수변 지역 쓰레기(리터, litter)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Ecological Economics’에 게재됐다.

베카 테일러(Becca Taylor) 조교수는 “플라스틱 폐기물 무역에 대한 보도가 많았는데, 폐기물을 다른 나라로 보내면 운송·보관 과정에서 환경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가 있다”며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이 해안 지역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을 늘리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과 처리되지 않아 오염으로 이어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리터)’를 구분했다. 분석 결과, 한 나라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량이 10% 증가할 때 해안에서 수거되는 버려진 플라스틱 병의 양이 0.6%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 테일러 교수는 “수치만 보면 크지 않게 들릴 수 있지만, 누적되면 빠르게 커진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플라스틱 폐기물 비중이 약 2%에 불과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지난 30년간 플라스틱 생산이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그 물량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 플라스틱 폐기물 거래는 2014년 1,600만 톤(약 350억 파운드)으로 정점에 달했다.

또한 폐기물 무역은 주로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이동해,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폐기물 관리 체계가 취약한 국가로 오염 산업이 몰리는 이른바 ‘오염 피난처(pollution havens)’ 우려를 키운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분석을 위해 비전통적 데이터인 시민과학 자료를 활용했다. 비영리 환경단체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가 주도하는 연례 글로벌 해변 정화 활동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지정 구역의 해안 쓰레기를 수거·기록한다. 이 자료는 국가 단위로 집계돼 공개된다.

연구진은 2003~2022년 90개국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했으며, 담배꽁초나 식품 포장재처럼 재활용 상품으로 보기 어려운 품목과 달리 플라스틱 병은 재활용 거래 품목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량은 유엔(UN) 글로벌 무역 데이터베이스로 국가·연도별로 측정했고, 국가별 폐기물 관리 부실(오관리) 비율은 기존 학술 연구를 통해 평가했다.

분석 결과, 한 나라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량이 2배로 늘면 해안에서 수거되는 버려진 플라스틱 병의 수가 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폐기물 관리 체계가 취약한 국가일수록 같은 수입 증가가 더 큰 쓰레기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또한 국제 폐기물 무역의 최근 변화를 함께 살폈다. 2017년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최대 시장이던 중국으로 향하던 물량이 급감해 전 세계 플라스틱 수입은 73% 감소했다.

이후 일부 물량은 태국·말레이시아 등으로 이동해 중국의 금지 이후 플라스틱 수입이 크게 늘었다. 연구진이 해당 국가 사례를 분석한 결과, 2016~2017년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이 1,000톤 증가할 때 해안에서 수거되는 버려진 플라스틱 병이 0.7%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

다만 중국 조치 이후 수입이 늘었던 일부 국가는 뒤이어 자체적으로 폐기물 수입 금지를 도입했다. 또 2019년 바젤협약(Basel Convention)에 플라스틱이 포함되면서, 협약을 비준한 국가들(미국은 비준국이 아님)은 폐기물 무역에서 일정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연구진은 무역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안 쓰레기를 없애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더 넓은 차원에서 폐기물 관리 관행을 개선하고, 관리 체계가 덜 발달한 국가에 대한 지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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