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바다·사막 어디서든 인터넷·전화 하는 시대

2025-04-20

대한민국은 어디에서나 휴대폰 신호가 잘 터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로운 정보통신(IT) 기술에 누구보다 진심인 국민 덕분이기도 하고, 국토가 작아 휴대폰 중계탑을 전국적으로 촘촘하게 설치하기 쉬운 면도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우리와 같지 않다. 넓은 영토의 미국에서 자동차 여행 때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 휴대폰 신호가 터지지 않아 내비게이션 사용의 어려움을 겪는 수가 많다. 경제성 문제로 사람이 드물게 살고 있는 한적한 지역에는 중계탑을 세우지 않아서다. 휴대폰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정지궤도 위성으로부터 전화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이동식 위성 전화기를 사용하고도 있다. 물론 3만 6000㎞ 거리를 오가는 미약한 신호와 통신 지연에도 불구하고 높은 단말기 값과 통화료를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우주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저궤도위성, 통신중계기 역할

스타링크·티모바일 손잡고

무선전화망 직접연결 서비스

이동통신업계 격변 일어날 것

휴대폰 기지국 된 저궤도위성

2022년 8월 미국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와 티모바일의 마이크 시버트 최고경영자는 텍사스 보카치카 발사장에서 스타십 로켓을 배경으로 ‘COVERAGE, Above & Beyond’(한계를 넘어서는 이동통신)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홍보성 행사를 벌였다. 양사가 협력해 2023년 말부터 스타링크 저궤도 위성과 휴대전화의 직접 연결을 시작한다는 발표를 위해서였다. 신호 중계탑 역할을 하는 인공위성을 거쳐 일반 스마트폰으로 문자와 음성통신 그리고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진다는 뉴스였다. 이 체계를 ‘무선전화망 직접연결’(DtC·Direct to Cell)이라고 부른다. 스페이스X는 2023년 초부터 이 DtC용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시작한다. 일론 머스크의 호언장담대로 2023년 말 개통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330기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 1차 군집을 마치면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상용서비스 허가도 얻었다. 올해 초부터 티모바일 사용자들은 시험 성격이지만 이제 문자 송수신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의 스타링크 브로드밴드 인터넷 체계에서는 위성과 데이터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본 것처럼 특수 지상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스타링크 DtC 체계에서는 새로운 안테나가 필요없다. 대신 위성의 통신안테나가 상당히 커져야 한다. 일반 휴대폰의 미약한 신호를 DtC위성이 직접 받기 위해서다. 스타링크 DtC 위성의 자세한 제원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부착된 안테나 크기는 위성당 25㎡ 정도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제 AT&T를 포함한 미국의 3대 통신사는 모두 새로운 DtC 기술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미래 경쟁력을 가져올 기술이기 때문이다.

DtC 기술은 곧 미래경쟁력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과연 통상의 휴대폰이 인공위성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무리 없이 수신할 수 있을지, DtC 인공위성들이 500여㎞ 떨어진 지상에서 오는 미약한 신호들을 놓치지는 않을지, 많은 수의 휴대폰으로부터 신호가 들어올 때 위성이 원활히 처리할 수 있을지 등을 걱정스러워 한다. 사용할 무선 주파수 확보도 과제이다. 기존 위성통신사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위성이 고속으로 이동하므로 도플러효과 등으로 인한 신호 왜곡 현상, 신호 지연시간 최소화를 위한 기술, 초속 8㎞ 속도의 저궤도 위성들이 통화 중 다른 위성으로 신호를 넘겨주는 효율적 핸드오버 기술, 위성과 지상의 통신 암호화와 보안 메커니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주장이다. 또한 막대한 수의 위성을 제작·발사해 궤도에 올리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인 비용도 장애요소다.

그러나 스타링크 인터넷의 성공적인 작동을 감안할 때, 위성 간 핸드오버, 통신지연시간, 신호 왜곡, 통신보안, 위성 제작 및 발사 비용 등은 어렵지 않게 해결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신호 강도 문제는 안테나 크기를 더 키워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신생기업 AST스페이스모바일의 위성이 196㎡ 넓이의 안테나를 사용하려는 게 그 사례다. 데이터 전송 능력 확대는 스타링크 v.3 위성에서 사용하는 1Tbps 기술이 도움될 것이고 어차피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지상 통신사의 망을 사용할 것이라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주파수 확보도 스타링크 DtC 통신에 티모바일이 보유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것처럼 기존 통신사가 확보한 주파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DtC 모바일 통신체계가 셀 타워가 없는 지역을 저궤도 위성들과 직접 연결해 하나의 전화기로 세계 어디에서나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통신기술의 빅뱅이 일어나면 위성통신망 사업자와 지상 통신망 사업자가 합종연횡하면서 통신업계를 격변의 소용돌이로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통신사 중 만년 3위였던 티모바일이 최근 시가 총액 1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다른 긍정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스페이스X와 DtC 사업 제휴를 선제적으로 치고 나간 것이 큰 보탬이 되었다고 한다. 대형 안테나를 장착한 수만 대의 DtC 위성망을 통해 5G·6G 신호로 초고속의 문자·음성, 그리고 데이터 송수신이 이뤄지면 미래의 자율주행과 자율비행의 일상화도 촉진될 것이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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