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투자] "죄악주는 잊어라" ESG 펀드도 주목하는 방산주의 변신

2024-10-02

[비즈한국]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 이후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이 현지시간 1일 이스라엘에 18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직후 “우리는 우리를 공격하는 자는 누구든 공격한다는 우리가 세운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천명하면서 양국의 충돌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와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는 현재 지정학적 변수를 둘러싸고 안보와 패권을 두고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여기에 유럽을 휩쓸고 있는 극우 열풍이 오스트리아 총선까지 집어삼키고, 11월 미국 대선도 남아 있어서 전 세계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일 패권국이었던 미국은 오바마 정권 전후로 세계의 경찰이라는 역할을 내려놓고 중국 대응에 집중하는 전략적 변화를 채택했다”며 “이에 따라 유럽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힘의 공백이 발생했고, 이러한 결과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매수 후 편안하게 보유할 수 있는 종목으로 방산주가 꼽히고 있다.

올해 또는 내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종전 이후의 방산주를 걱정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무기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군비 지출은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나토(NATO) 유럽 국가들의 국방 예산 계획을 고려하면 적어도 2028년까지 꾸준한 국방비 지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했다. 장 연구원은 또 “각국이 전쟁의 위협 속에서 무기 체계의 필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에 종전과는 무관하게 국방비 증액 계획을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종전 후에도 약 6~7년간 높아진 국방비 지출 규모가 유지됐다. 그는 “전쟁을 통해 각인된 무기 체계의 필요성이 한순간에 줄어들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개별 국가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고, 힘의 논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무기 수요와 연관될 것이고, 방산 업황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런 기대감 때문에 최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국내 방산주는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7월 11일 2891.35에서 지난 12일 2572.09로 11.0%, 코스닥 지수가 같은 기간 852.42에서 731.03로 14.2% 하락하는 동안 국내 방산 섹터 5개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30조 3000억 원에서 33조 1000억 원으로 9.5% 올랐다.

국내 방산주는 내년까지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대표 방산 업체들의 해외 수주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외 시장은 국내 시장 대비 규모가 크며 상대적으로 높은 판가를 형성하고 있기에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지닌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매출액,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그렇다면 미국 대선에서 당선 후보에 따라 방산주 분위기가 또 바뀔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누가 되든지 간에 방산주 기대감이 사라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정훈 연구원은 “누가 당선되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며 “큰 틀에서 미국이 중국을 집중 견제하는 구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른 힘의 공백 발생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들이 과거 투자를 꺼리던 방산 업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과거 이들은 방산 기업들을 ‘죽음의 장사꾼’이라고 부르며 투자를 꺼렸지만, 이제는 적으로부터 집단을 보호하고 사회를 유지해준다고 해석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속내는 엄격한 ESG 투자 원칙에 수익률이 떨어져 ESG에 거부감을 느끼는 투자자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익률이 치솟는 방산주를 넋 놓고 그대로 보고만 있기에는 어려운 투자 현실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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