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철원 김화농협(조합장 장춘집)이 개발한 농업용 급유기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경북 고령, 경남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밀려드는 데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흑자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최근엔 중국 현지에서 수출해달라는 러브콜까지 받았다.
김화농협은 춘천강동농협(〃윤흥래)과 판매 계약한 급유기 100대 중 21대를 1월24일 우선 납품했다. 급유기를 살펴본 윤흥래 조합장은 “고령화된 농촌에서 급유기는 꼭 필요한 농기계”라며 “실제로 보니 사용법도 간단해 고령농은 물론 계절근로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최근엔 중국 현지에서 완제품 수출을 요청하는 문의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주문량을 맞추기도 빠듯해 응하지 못했다. 담당 직원들이 모두 달려들어도 일주일에 100대 정도 생산이 가능한데, 국내 예약 물량만 이미 1000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인기몰이 중인 이 급유기는 장춘집 조합장이 직접 개발해 2023년 출시했다. 장 조합장은 “농협주유소가 큰길가가 아닌 골목에 위치하다 보니 트랙터 같은 대형 농기계가 진입하기 어려웠다”며 “농가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주유소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형 기름통에 주유기를 결합한 급유기를 사용하는 방법은 셀프주유소에서 주유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주유건 손잡이를 당기면 기름통에 연결된 호스를 통해 기름이 자동으로 나온다. 이 급유기가 집집마다 보급돼 농가들은 기름통만 채워두면 언제든지 손쉽게 주유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김화농협 주유소 매출은 46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19억원 대비 2.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성공에는 가성비도 한몫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완제품 급유기가 보통 수백만원대인 데 반해, 김화농협이 자체 개발한 급유기는 공급가격이 70만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게다가 농기계로 정식 등록돼 지자체에서 보조금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강원 평창군의 경우 군이 60%, 농·축협이 20%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농가 자부담금은 10만원대다.
여기서 더 나아가 김화농협은 급유기와 쌀 판매 연계 전략을 펼쳤다. 각 농·축협 하나로마트에 김화농협의 ‘오대쌀’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급유기를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장 조합장은 “쌀 판매와 연계한 덕분에 지난해 RPC사업에서 4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김화농협은 급유기 외에도 택배 자동화 로봇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장 조합장은 “농가소득과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철원·춘천=이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