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차분한 분위기 속 ‘당혹’
정기인사 등 업무차질 우려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내란 혐의로 체포되자 경찰 조직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11일 새벽 내란 혐의로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을 긴급체포했다. 이들은 비상계엄 당일 일선 경찰에 국회 전면 출입통제 조치를 하달해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로 들어가는 국회의원 등의 출입을 막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당분간 경찰청장직은 이호영 경찰청 차장이 직무대리하게 됐다. 이 차장은 이날 오전 전국 지휘관 화상 회의를 열고 맡은 바 직무에 매진하라고 강조하고 민생침해범죄 단속, 겨울철 재난 상황 등을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인 10일 본회의에서 조 청장과 박성재 법무부장관 탄핵소추안을 보고하면서 ‘경찰청장 불명예 퇴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뇌부가 체포되자 경찰 내부에는 애써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일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로 연말연초 정기인사 등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경찰청 A 경정은 “지휘부가 정체돼 오히려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며 동요되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다”며 “인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정보관은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 체포 사실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며 “직원들도 개인적으로는 당황스럽겠지만 다들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경찰청 B 경위는 “오늘 오전 각 기능별로 회의를 했는데 연말연시에는 치안 수요와 집회가 많기 때문에 신중하고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근무에 집중하자는 분위기”라며 “총경 이상 고위 간부 인사는 대통령이 재가하는데 지금은 불가능한 상황이라 당분간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직후 한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결국 책임은 군·경이 지겠다”, “신원 확인이 안 된 일반인은 막는 게 맞다. 다만 행동의 목적을 명확하게 알고 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고 국회의원까지 막는 행위는 명백히 잘못된 것”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용규기자 pkdrg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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